[바이오 유망기업]⑬'브릿지바이오', 다리놓고 '바이오혁신' 앞당긴다
by김지섭 기자
2018.12.31 02:00:00
개발만 집중하는 ''NRDO'' 바이오벤처
유망 후보물질 찾아 키워서 ''기술수출'' 목표
성과 앞당기는 빠른 ''개발''…임상 전략 수립 강점
환자에 도움되는 약 개발 ''최우선''…코스닥은 재도전
| 28일 경기도 성남 판교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이정규 이 회사 대표가 자사의 개발 중심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내년에 코스닥 상장에 재도전할 계획이다.(사진=브릿지바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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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지섭 기자] “신약개발은 전속력으로 달려야하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좋은 신약물질인가도 중요하지만 빠르게 치고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빠른 개발전략을 짜는 것에 특화한 강점이 있습니다.”
2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브릿지바이오 본사에서 만난 이정규 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신약개발을 하는 연구·개발(R&D) 단계를 구분하면 ‘연구’는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단계, ‘개발’은 이후 임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9월 설립한 브릿지바이오는 연구를 하지 않고 개발에만 집중하는 개발중심 바이오벤처(NRDO)다. 성공 가능성이 큰 신약 후보물질을 찾아 후속 개발을 통해 신약으로 만들고, 가치를 높이는 것이 브릿지바이오의 역할이다. 연구단계의 불확실성과 실패율을 줄일 수 있어 현재 미국에서는 약 3분의 1의 바이오기업이 이 같은 형태로 운영된다.
이 사업 모델은 성공 가능성이 큰 신약 후보물질을 제대로 골라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학계·연구소·바이오벤처 등에 유망한 신약후보물질이 많은 최근 바이오산업 환경은 이 같은 사업을 하기에 적기를 맞았다는 설명이다. 회사 이름에 ‘브릿지’를 포함한 것처럼 이 대표는 유망 신약후보 물질을 보유한 곳과 다리를 놓듯 파트너십을 맺고, 갖고 있는 개발 노하우를 접목해 신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빠른 개발에 자신 있는 전문가 모여
특히 이 대표는 개발 속도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 신약개발에서 속도가 중요한 이유는 경쟁사보다 시장을 선점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빨리 개발할수록 특허로 보호받아 독점판매 기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약 10년에서 15년까지 걸리는 신약개발에서 신약물질에 대한 특허는 길어야 20년이기 때문에 빨리 개발할수록 해당 신약의 상업적인 가치도 올라간다. 이런 점에서 이 대표는 “다국적제약사 출신 등 빠른 개발에 자신있는 경력자들이 모여있다”고 강조했다.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대부분 자료도 공유하고 일부는 실무자들이 직접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도 주고 있다. 저가 경쟁에 휘둘리지 않고 기존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빠른 의사결정과 협력 강화를 위한 선택이다. 이 대표는 “신약개발은 기간이 정해진 게임”이라며 “개발 단계도 국내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시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중인 파이프라인은 △궤양성대장염 치료제(BBT-401) △특발성 폐섬유증치료제(BBT-877) △면역항암제(BBT-931) 등이 있다. 이중 한국화학연구원에서 2015년 10월 도입한 궤양성대장염치료제는 얼마 전 대웅제약에 기술이전해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브릿지바이오는 대웅제약으로부터 계약금과 임상 및 허가 단계마다 기술료(마일스톤) 등 4000만달러(약 450억원)를 받는다. 지난 28일부터 미국 임상시험 실시기관 10곳에서 임상 2상에 돌입했다.
레고켐바이오에서 지난 2017년 5월 도입한 특발성 폐섬유증치료제도 내년 초 1상에 들어간다. 신약후보 물질 도입 후 1년 반만에 임상에 돌입하는 이례적인 속도다. 이 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희귀의약품 지정도 기대한다.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으면 FDA로부터 개발 자문과 개발비 세액공제, 추가 독점권 7년 인정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될 성 부른 신약물질을 고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미충족 의료수요’(언메트 메디칼 니즈)가 있는지 여부다. 치료제가 효능을 보이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의료혜택에서 소외된 환자들을 위한 약을 개발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개발 후보를 선정할 때는 지금 시장이 큰 분야보다 앞으로 시장이 커질만한 미충족 의료수요에 집중한다”며 “여러 의사들에게도 직접 조언을 들으면서 개발 필요성이 큰 약을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장은 재도전…중요한 건 환자에 도움될 약 개발
지난 5월 기술특례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 브릿지바이오는 코스닥 상장 재도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술성평가에서 쓴 맛을 본 것은 개발단계가 너무 초기에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는 개발 단계가 구체화됐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장과 투자에 대한 부분은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시장에 맡기고,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이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신약은 사람을 치료하는 것인데 일을 하다보면 상업적인 가치나 증시 쪽에 무게가 쏠린다”며 “환자들과 소통하면서 우선순위가 바뀌지는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