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부담 커진 中企]②내국인대비 생산성 낮고 임금은 비슷 "수습기간 적용해야"

by김정유 기자
2018.12.10 02:00:00

외국인근로자 비용 증가에 中企 불만 커져
외국인 평균급여 255만원, 내국인 95.6% 육박
간 보는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공제는 꿈도 못 꿔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권오석 기자] 인천에서 자동차부품업체 A사를 운영하는 김모 대표는 올해 외국인근로자 배정을 포기했다. 외국인근로자에 들어가는 비용은 매년 오르는 반면 생산성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국인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외국인근로자를 대체할 방법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김 대표는 “그동안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해온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가 가장 큰데, 이제 내국인과 차이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며 “내년엔 차라리 일을 덜 하더라도 인건비를 낮추는 등 ‘고육지책’을 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최근 외국인근로자 고용마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그간 저렴한 인건비가 강점이었던 외국인근로자 고용이 최저임금 상승으로 기본급과 각종 수당이 오르고, 여기에 숙식비 등 부대비용까지 더해져 회사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내국인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외국인근로자에 동일한 임금을 주는 정책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9일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한 중소기업 600곳을 조사한 결과 올해 외국인근로자에 지급하는 월평균 급여(숙식비 포함)는 지난해 239만 8000원보다 6.5% 늘어난 255만 4000원이었다. 특히 외국인근로자의 급여는 내국인 267만 1000원의 95.6%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91.4%보다 4.2%p(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반면 외국인근로자 노동생산성은 내국인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근로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7.4%에 불과했다. 생산성에 비해 과도한 임금을 외국인근로자에 주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근로자 신청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외국인력(E-9) 고용동향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들의 외국인근로자 신청 규모는 4만 7346명으로 지난해 7만 2193명보다 34.4% 줄었다. 외국인근로자 신청이 줄어든 이유로 중소기업의 38.3%가 ‘인건비 부담’, 24.1%가 ‘경영악화’를 꼽았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중소기업계는 외국인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생산성 등을 감안해 수습기간을 별도로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근로자들은 언어와 환경 적응, 일의 숙련도 등을 감안할 때 약 3년은 근무해야 생산성이 내국인과 비슷해진다. 일각에서는 외국인근로자들이 언어와 일에 익숙해지는 1~2년간 최저임금도 차등 적용해야 형평성에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업무습득과정 등을 감안해 급여를 최저임금보다 10% 낮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노무일 경우 수습기간 적용을 금지했다. 외국인근로자 대부분이 주물과 금형, 도금 등 단순노무에 해당하는 일을 하는 점을 감안할 때, 외국인근로자는 입국 후 해당 업체로 입사하는 순간부터 최저임금 전액을 보장 받는 상황이다. 문철홍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정책실장은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를 감안해 최저임금법상 수습기간을 확대하는 한편,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며 “외국인근로자의 경우 입국 후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1년차까지 20% 감액, 업무가 익숙해지는 2년차까지는 10% 감액하는 등 개선책을 정부에 건의 중”이라고 말했다.

외국인근로자 임금이 이미 내국인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다른 혜택까지 주어지는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대표적인 것이 숙식비 부담이다. 외국인근로자 고용기업 중 96%는 숙식을 현물로 제공한다.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숙식비 지원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다. 하지만 숙식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숙식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수도권에서 금형업체를 운영하는 B사 대표는 “외국인근로자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해 사업장 정보를 공유하고 실제로 급여와 숙식 등이 더 좋은 사업장으로 이동하기도 한다”며 “인력이 아쉬운 ‘을’ 입장에서 숙식비 등 외국인근로자들이 원하는 것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혜택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고용허가제 대상국가 16개국 중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8개국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사업주가 국민연금 중 절반을 부담해야 한다. 이미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을 지원하는 사업주 입장에선 내국인을 위한 공적연금제도인 국민연금까지 외국인근로자를 위해 지원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강원도에서 철근 콘크리트 업체 B사를 운영 중인 윤모 대표는 총 6명인 외국인근로자들에 연간 864만원의 국민연금을 지원한다. 윤 대표는 “국내에선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하지만 우리 국민도 아닌데 왜 국민연금까지 부담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재원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외국인근로자를 대상으로 생산성에 비해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데 따른 인건비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며 “최저임금법상 수습기간을 단순노무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감액 규모도 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