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닷·비·조여정·한고은 '빚투' 폭로…'연좌제' Vs '도의적 책임'

by송승현 기자
2018.12.09 07:00:00

형사는 물론 민사문제서도 연좌제 적용 불가
부모 사망으로 재산상속시 변제의무 생길 수도
상속포기·한정승인 등 따라 변제범위 없거나 줄어들어
개인간 채무 소멸시효는 10년…빚투는 도의적 책임뿐

마이크로닷(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도끼 마마무 휘인 비(정지훈)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이른바 ‘빚투’(빚too·나도 떼였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빚투 폭로 불씨를 당긴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에 대해 경찰은 사기혐의로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내렸다. 마이크로닷 부모는 20년전 이웃들에게 거액을 빌린 후 갚지 않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나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비를 비롯해 한고은, 조여정 등 이미 당사자가 세상을 등졌거나 부모 이혼 등으로 연락이 끊긴 지 오래인 경우도 단지 혈연이 이어졌다는 이유만으로 대신 부채를 상환하라는 무리한 요구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부모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부모가 생존해 있으면 자식이 부모의 빚을 갚아야 할 의무는 없다.

한국은 친족에게 범죄 연대책임을 묻는 ‘연좌제’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헌법 제13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형법에 적용되는 개념이지만 민사에서도 부모의 채무불이행을 자식에게 묻는 경우는 없다. 마이크로닷과 도끼 등 사례와 같이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 도의적 책임과는 별개로 이들이 부모의 빚을 갚아야할 의무는 없다.

다만 자식이 ‘연대보증’을 섰을 경우에는 다르다. 부모가 갚지 않으면 자식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지금까지 폭로된 빚투에서 연예인이 부모와 연대보증을 선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부모가 사망해 자식이 재산을 상속받았다면 빚을 갚아야 할 수도 있다. 재산뿐 아니라 부채도 상속대상이기 때문이다. 다만 자녀가 상속을 포기했거나 일부만 받는 등 경우에 따라 채무변제의 범위가 달라진다.



자녀가 ‘상속포기’를 한다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 상속을 포기하는 대신 부모의 빚에 대한 모든 법적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재산을 상속받아도 자식이 부모의 모든 빚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민법 1028조는 ‘한정승인’ 제도를 규정한다. 이 제도에 따르면 상속자(자녀)는 피상속인(부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만 채무를 갚으면 된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한정승인은 예를 들어 부모에게 5억원을 상속받았다고 한다면 부모의 빚은 5억원 한도에서만 갚으면 된다는 것”이라며 “다만 한정승인의 경우 신청절차가 복잡하고 부모의 빚을 이유로 언제든 소송에 휘말릴 수 있어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중 어떤 것이 유리한지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속자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신청하라면 상속 개시가 있음을 안 날(피상속인의 사망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채무 변제에선 ‘소멸시효’도 중요한 요소다. 소멸시효란 권리자가 권리를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음에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상태가 일정 기간 계속되면 권리의 소멸을 인정하는 제도다.

빚투의 경우 개인 간 채무관계인 만큼 원칙적으로 일반채권에 해당해 소멸시효가 10년이다. 즉 자식이 부모의 빚을 상속받아 채무변제 책임을 지게 되도 채권자가 10년 동안 이행청구 등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변제 의무는 사라지게 된다.

가수 비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 11월 27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가수 비의 어머니가 30년 전 2300만원 빚을 지고도 갚지 않고 잠적했다”는 글이 게시돼 논란이 일었다. 만약 채권자라 주장하는 이가 소멸시효 기간 안에 소송제기 등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비의 어머니는 30년 전에 진 빚에 대해선 갚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는 “이른바 빚투는 스타들에게 법적인 효력이 없고 도의적 책임만을 물을 수 있다”며 “법적인 방법으로도 변제받을 수 없어 안타까움에 그렇게 하는 건 이해하지만 섣불리 빚투에 나섰다가는 명예훼손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