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리아의 조건]인구 '오너스' 시대…한국형 이민정책 펼 때

by김상윤 기자
2016.10.04 05:00:25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기회재정부 예산실은 저출산·고령화 정책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지난 10년간 정부가 저출산과 고령화를 막기 위해 쓴 돈은 각각 80조원, 57조원이다. 출산아 1인당 약 5000만원꼴로, 차라리 아이를 낳으면 직접 돈을 뿌리는 게 낫다는 얘기도 나올 지경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맬서스의 저주가 한국 사회에 이어진 것 같다. 무덤에 가서 굿이라도 해야할 판이다”고 하기도 했다. 해답을 찾을 수 없는 저출산 문제를 1789년 인구 억제를 주장한 ‘인구론’의 저자인 토머스 맬서스 탓으로 돌린 셈이다. 그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지만 식량은 산술적으로 늘어나 결국 식량 부족과 빈곤 문제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빈민가를 더 좁고 더럽게 조성해 전염병이 돌도록 유인하고, 빈곤 구제 노력은 해서는 안 된다는 급진적 주장을 내놓은 학자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못한 채 한국 경제가 지난 60년간 누려온 ‘인구 보너스(Demographic bonus)’시대는 마감하고 있다. 인구가 늘면서 노동력이 꾸준히 제공되고, 이들이 소비도 왕성하게 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 달리 이젠 반대 개념인 ‘인구 오너스(Onus)’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26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올해를 3704만명(추정)으로 정점을 찍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들고 부양해야할 인구가 늘게 되는 것이다. 2018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로 접어들고,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4년생)의 은퇴가 시작된다.

생산인구 비중이 하락하면 부양인구가 증가하고 우리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미래세대는 더욱 무거운 짐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멀리 보지 않아도 일본이 그랬다.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은 1992년부터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됐다. 1980년대 10% 안팎이었던 일본의 명목성장률은 10년 후 5%대 아래로 추락한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쳐 현재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그대로 전철을 밟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잠재성장률이 2011~2015년의 3.1%에서 10년여 뒤인 2026~2030년은 1.8%로 하락해 1%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생산성으로 구성되는데 KDI는 노동의 감소를 잠재성장률 갉아먹는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저출산·고령화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야할 때라고 강조한다. 일본의 길을 피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해 한국만의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방안이 이민 정책이다. 그렇다고 이주민을 무작정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경제적 자립능력이 떨어지는 이주민들이 한국에 정착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은 전부 재정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양질의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타깃을 잡아야할 이민자들은 많지 않지만, 한국으로 유학을 온 저개발국 유학생들이 하나의 카드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석박사 학위를 마친 이들에게 한국에 남아 일할 수 있도록 비자제도와 취업환경을 조성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외국에서 성장하고 활동한 한국 교포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에 대한 문화적 이질감도 적은데다 언어적 장벽도 낮기 때문이다. 이들을 가로막는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병역제도를 세분화하는 방안이 관건이다.

김창석 전 IOM이민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이제는 단순 근로자보다는 우수 인력 유치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 때”라면서 “단계적으로 한국과 이질감이 없는 교포와 유학생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며 현실적인 정책을 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생산 가능한 인구(15~64세)가 줄고 부양해야 할 인구가 늘면서 경제 성장이 지체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구 오너스 시기에 진입한 국가는 구조적 소비 부진으로 중장기적으로 경기 침체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