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20만 시대]외국인 10명 중 1명 불법체류..'구멍 뚫린' 꼬레아

by이승현 기자
2016.05.10 06:30:00

관광·친지방문·경기 관람 후 잠적
불체자 21만명에 단속 직원은 고작 150명..'속수무책'

[이데일리 이승현 전상희 기자]정부가 집계한 국내 불법 체류자(불체자·미등록 외국인)는 총 21만 4000여명(지난해 말 기준)이다. 국내 거주 외국인은 190여만명 수준이다.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10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라는 얘기다. 하지만 관광과 친지 방문, 경기 관람 등을 이유로 입국한 뒤 잠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아 이마저도 추정치에 불과하다. 체계적인 실태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어 국내 불법체류자 유입경로, 생활여건, 주요 근거지 등도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경험에 의존해 추정할 뿐이다. 불법체류 외국인들을 상대로 한 범죄와,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로 인한 사회 혼란은 간과할 수준을 넘어섰다. 실태 파악과 함께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07년 22만 3464명으로 정점을 찍은 불체자 수는 2011년 16만 7780명까지 줄었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4년 20만명을 다시 넘어선 뒤 지난해 말 현재 21만 4087명으로 집계됐다. 2011년 이후 4년 만에 30% 가까이 늘어났다. 불법체류율(총 외국인 체류자 대비 불법체류자 수)은 2004년 27.9%에서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 11.3%를 기록했다. .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가장 많다. 전체 불법체류자 중 중국인(중국 동포 포함)이 7만 311명으로 33.7%를 차지했다. 이어 태국(21.2%)·베트남(12.9%)·필리핀(6.1%) 등의 순이었다.

주로 관광 목적 비자 면제인 ‘사증 면제(B-1)’로 입국한 경우가 26.5%로 가장 많았고 비전문취업(E-9) 비자인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사례가 23.4%로 뒤를 이었다. 단기방문(C-3·체류기간 90일)·관광(B-2) 비자는 각각 21.7%, 8.1%를 차지했다.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저지른 범죄도 증가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체류자 범죄는 2009년 2590건에서 2011년 1537건으로 크게 줄었다가 2012년 1591건·2013년 2033건·2014년 2297건을 기록하는 등 다시 늘고 있다. 살인·강도·강간 등 5대 강력범죄 또한 2011년 520건을 저점으로 증가세로 반전해 2014년 726건으로 늘었다.

불법체류자 대상 불법행위는 주로 임금 체불이다. 임금 체불은 불법체류자를 양산·장기화하는 고질적인 병폐지만 통계조차 없다. 고용노동부의 국내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 체불 현황을 보면 신고 건수와 체불 금액은 2011년 4452건·211억원에서 지난해 9393건·503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 집계일 뿐 이주노동자 단체들은 임금 체불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매월 불법체류자 총 인원과 연령·자격·출신 국가별 현황을 공개해오다 지난해부터는 국가별 현황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연 1회 공개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불법 체류 관련 통계를 공개하지 않는 게 국제 관행인데다 불법 체류 다발 국가와 외교적 마찰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박진우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정부의 구체적인 통계가 없어 활동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자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국 출입국사무소에서 불법 체류자 단속을 담당하는 직원은 150여 명이다. 불체자가 21만명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직원 1명당 1400명 이상을 관리하는 셈이다. 일본의 경우 직원 1명당 70명 정도를 관리한다. 불법체류자 수가 우리의 5분의 1수준이라는 점을 감안 해도 격차가 크다.

고용노동부의 위탁을 받아 국내 이주노동자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외국인력지원센터 사정 역시 비슷하다. 전국 7개 센터에는 상담통역인력을 포함해 106명이 근무하고 있다. 한 외국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2~3명의 통역지원인력이 노동청을 비롯해 경찰서까지 곳곳을 뛰어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