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이은 위안화 평가절하 대비책 마련해야

by논설 위원
2015.08.13 03:00:00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이틀 연속 크게 내렸다. 중국 외환교역센터는 어제 달러·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1.62% 올린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전날 위안화 가치를 사상 최대폭인 1.86% 기습 인하한 데 이어 이틀 연속 절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중국이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본격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발(發) 글로벌 통화전쟁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이로써 중국의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중국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내렸지만 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증시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주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환율에까지 손을 대는 모습은 중국경제의 심각성을 새삼 일깨운다. 그동안 수출경쟁력 약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강한 위안화’를 통해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해온 중국정부가 수출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위안화 절하’ 카드를 꺼내 들었으니 말이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진단은 다소 안이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위안화 평가절하로 중국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우리의 대중(對中) 수출이 중간재가 대부분인 만큼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이 정부의 분석대로 그렇게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한국의 원화를 포함해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과 신흥시장의 외국자본 이탈을 부추긴다. 또한 중국이 위안화 절하로 경기가 회복되면 우리의 대중 수출이 늘겠지만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도 아울러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세계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출 경합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한국기업이 중국의 가격경쟁력에 밀려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통화정책 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노동개혁과 산업구조 조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