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새 출발점으로

by논설 위원
2015.04.24 03:00:01

한미원자력협정 타결 . 한미원자력협정이 4년 6개월여간의 협상 끝에 타결, 22일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박노벽 외교부 원자력 협력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에 가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디어 한·미 양국이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타결했다. 그동안 계속 밀고 당기다가 42년 만에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이번 개정을 통해 사용후 핵연료 관리, 원전 연료의 안정적 공급, 원전수출 증진 등 세 가지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원전 가동에 필요한 모든 단계에서 ‘핵연료 주기’를 완성하는 길을 열었으며, ‘농축·재처리를 금지한다’는 ‘골든 스탠더드’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원전연료 공급 분야에서 우라늄 20% 미만 저농축을 추진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한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원전 수출시 미국의 사전 동의절차를 생략함으로써 향후 원전 수출의 걸림돌을 제거했다는 것도 중요한 소득이다. 또한 양국 간 수출입 및 기술이전 관련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했다. 연구·개발을 자율 추진할 수 있게 된 것도 원자력주권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기존의 종속적인 차원에서 선진적이고 호혜적인 협정으로 대체하게 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원전운영 및 수출과 관련해 실리를 확보했고, 원자력 주권 측면에서도 한 걸음 전진한 성과를 거두었다. 과거 1973년 협정 체결 당시 핵무기 개발국이라는 의심을 받아 족쇄가 채워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타결안은 의미가 적지 않다. ‘과거를 벗고, 현재를 풀며, 미래를 연다’는 평가가 자화자찬만은 아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핵심 합의 내용인 우라늄 저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재활용을 위한 파이로프로세싱 등에서 미국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이 마음을 바꾸면 농축 재처리 길이 막히게 되는 한계도 있다. 이 점에서 아직 완전한 원자력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이번에 일방적인 의존 통제 체제에서 탈피해 평화적 사용에 관한 한 핵 주권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 일단 긍정적이다. 또한 활짝 열린 원전수출의 길을 실제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원자력의 평화·상업적 이용에 관한 기술력을 세계 원전 5위국이라는 위상에 걸맞게 끌어올리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