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되는 수다]금 현물투자..통일 대비 최고 재테크
by성선화 기자
2014.12.09 06:00:00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순금을 사랑하는 두 남자가 만났다.
지난 8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 신정엽 서울금거래소 대표가 묵직한 명품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믿을 건 금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이대표 짠돌이카페 운영자가 반갑게 그를 맞았다. 이 대표가 “부탁한 건 가져 오셨죠” 라고 묻자, 신 대표는 가방에서 1kg짜리 순금 골드바, 황금열쇠, 실버바 등을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금, 은 현물을 처음 본 기자의 눈이 휘둥그레지자 두 남자는 흐뭇한 미소를 띠며 웃었다.
지난 2008년 이 대표는 신 대표를 처음 만나 후 ‘바로 이거야’라며 무릎을 쳤다. 이 대표는 “그때 이후 금 투자밖에 하지 않는다”며 “부동산, 주식 등 돈 된다는 재테크는 다 해봤지만 금만한 재테크가 없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금 관련 도매업을 시작한 신 대표는 “위기가 다가올수록 금의 값어치가 올라간다”며 “보다 장기적으로 통일을 대비할 때도 금이 최고의 재테크”라고 쐐기를 박았다.
이번 ‘돈되는 수다’의 두 주인공은 금으로 인연이 맺어진 이 대표와 신 대표다. 금에 관해 둘째가라면 서러운 이들의 진솔한 돈 얘기를 들어봤다.
| ▲지난 8일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신정엽 서울금거래소 대표와 이대표 짠돌이카페 운영자가 만나 금테크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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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순금이 두 눈에 들어오자 인터뷰 내내 눈길이 갔다. 이 대표는 “금은 보고만 있어도 든든하다”며 “왠지 흐뭇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직접 가져온 순금을 종류 별로 펼쳐놓고 설명을 시작했다.
“1kg 짜리 골드바의 시세가 많이 떨어져서 4500만원 정도 합니다. 부가가치세가 포함되지 않은 공급가죠. 기본이되는 3.75g(옛날 1돈)은 최근 조금 올라 16만원 후반대입니다.”
그가 기본단위(3.75g)로 보여준 ‘막금(가공되지 않은 금)’은 작은 땅콩만했다. 이 대표는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37.5g(옛날 10돈)짜리 막금을 들어보이며 “처음엔 돈이 없어 작은 단위부터 37.5g 막금부터 사모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1kg 짜리 골드바의 현재 공급가는 4500만원 정도다. 불과 2년전까지만해도 6000만원 이상 했다. [이데일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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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37.5g 짜리 금인데도 정사각형으로 투박한 막금보다 예쁜 직사각형의 얇은 금이 눈에 들어왔다. 신 대표는 “막금을 가공해서 만든 것”이라며 “가공비가 1만 5000원 정도 붙는다”고 말했다. 겉보기에 더 예뻐보일 수는 있지만 재테크 차원에선 막금이 가장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어차피 투자 목적으로 사는 건데 굳이 가공비를 줄 필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신 대표가 곱게 싸서 가져온 황금열쇠도 37.5g 막금으로 가공한 것이다. 그는 황금열쇠도 관상용이지 투자용은 아니라고 했다. 열쇠 모양을 만들기 위해 이음새 부분은 땜을 해줘야 해 함량이 빠질수 있다. 게다가 중량을 맞추기 위해 열쇠 가운데 텅빈 기둥안에 순도 미달의 금조각을 넣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막금보다 순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 ▲기본단위 3.75g 짜리 막금(가장 왼쪽)에는 금자 마크가, 37.5g 짜리 막금(왼쪽에서 두번째)에는 태극 마크가 새겨져 있다. 막금을 가공하면 얇은 직사각형이 되는데 세공비가 들어간다. [이데일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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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을 다 들은 후 “이젠 막금이 예뻐 보인다”고 이들은 큰 소리로 웃었다. 이 대표는 “막금도 그냥 막 사면 안 된다”며 주의를 줬다. 금을 살 때는 ‘태극마크’나 ‘금 마크’가 찍혀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37.5g 짜리 막금에는 태극무늬가, 1온스 짜리에는 금이란 글자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신 대표는 여러종류의 검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전국 어디에나 인정해 주는 이 두 마크가 찍혀 있어야만 따로 순도검사비를 내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종이로 된 보증서도 다 필요 없습니다. 공식 마크가 찍혀있지 않으면 한 덩어리마다 1000원~ 2000원씩 검사비를 받습니다. 금을 사는 입장에선 믿을 수가 없기 때문에 당연히 다시 순도 검사를 해봐야 하는거죠.”
이들은 검인을 제대로 하지않은 ‘무검’ 판매점에서 구입했다가 ‘순도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 ▲지난 2008년 이후 금투자만 해오고 있는 이대표 짠돌이카페 대표는 “금만큼 속편한 투자가 없다”며 “주식, 부동산 투자도 해봤지만 가장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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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지난 2008년 이후 서울금거래소에서만 금을 산다. 그는 “신 대표를 만나기 전까지도 금테크에 관심은 많았지만 앞뒤에 떼이는 게 너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지역에 지점 한 곳만을 운영 중인 서울금거래소의 신 대표는 꾸준한 단골고객을 유지하고 있다. 이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인 셈이다. 이 대표는 “금은 수수료 등 구매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금을 가장 비싸게 사는 방법은 신용카드다. 만약 신용카드로 금을 사면 기본가에 대략 18%의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게 된다. 전국 가맹점을 운영하는 프래차이즈식 체인점 유형의 거래소들과 매장들은 운영비, 점포 유지비, 광고비 등이 매매 수수료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다.
신 대표 외에 직원이 2명이 불과한 서울금거래소는 그가 마음먹기에 따라 수수료를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다.
실제로 인터뷰 내내 신 대표의 핸드폰은 쉴새없이 울렸다. 그는 때론 친절하게 때론 시니컬하게 180도 다른 태도로 고객을 응대했다. 금 도매상 10년 만에 그는 목소리만 들어도 살 사람인지, 간만 보고 안 살 사람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하루 평규 50여통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고 했다. 워낙 고가의 물건을 취급하다보니 생긴 직업병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그 자신은 금테크를 생각처럼 하지 못한다고 했다. 여윳돈이 생기면 더 많은 금을 사는데 추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개인이 금 도매상을 운영하려면 처음엔 자기 돈으로 금을 사와서 팔아야 한다.
정부에서 설립한 금거래소는 올초 생긴 KRX금거래소가
| ▲대학교 3학년 때부터 금 도매업을 시작한 서울금거래소 신정엽 대표는 “통일 대비 가장 확실한 재테크는 금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사진=김정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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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다. 최근 하루 평균 거래량이10kg 이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고 하자, 신 대표는 “결코 많은 양이 아니다”라며 말을 아꼈다.
KRX금거래소는 증권 계좌를 통해 금계좌 형태로 거래되면, 1kg 골드바 이상일 때만 현물로 살 수 있다.
일반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금통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이 대표는 금 뿐만아니라 은 투자도 한다. 다만 은을 살 때는 실버바로 사는 게 아니라 ‘은 알갱이’을 가장 저렴한 용기에 담아서 산다. 은 알갱이는 가공비는 전혀 들지 않고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1만원도 안 되는 용기에 담긴 ‘은 알갱이’ 1kg의 무게는 상당했다. 하지만 가격은 무려 70배 가까이 저렴했다. 1kg 짜리 은 한 통 가격은 60만원대였다.
“전쟁이 났을 때 뭘 들고 대피하는 게 좋을까요? 10돈 짜리 순금 가격이 1kg 짜리 실버바보다도 더 비싼데 당연히 가볍고 비싼 금을 들고 가는 게 낫겠죠.”
신 대표는 “금 투자는 단기 매매로 접근할 게 아니다”며 “통일 등 먼 미래까지 내다보고 하는 장기 투자”라고 강조했다. 금 투자로 한 차례 매도 차익을 챙긴 이 대표는 “최근 금값이 떨어져 손해를 보고 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통에 담긴 ‘은 알갱이’ 1kg(왼쪽)의 시세는 60만원 정도다. 같은 1kg 짜리 골드바와 실버바의 가격차는 70배 정도다. [이데일리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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