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류성 기자
2013.05.05 09:00:00
규제 철페 자체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근간
기업지원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자세가 관건
[이데일리 류성 산업선임기자] 사례1. 중국 최대의 명절은 춘제(春節·설날)다. 이 명절 동안 무려 중국 14억 인구가 대이동을 한다. 특이한 점은 이 기간 중국의 모든 고속도로 요금소에서는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배경이 있겠지만 요금을 내기위해 요금소마다 차량이 모두 멈추면서 고속도로 혼잡이 극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명절 교통대란이라면 중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 우리는 설 연휴 기간에도 예외없이 통행료를 징수한다. 당연히 요금소에서부터 차량 정체가 피크를 이룬다. 그럼에도 모두가 피할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한다. 명절연휴 막대한 통행료 수입을 한국도로공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요금소 주변의 ‘명절 교통지옥’은 해마다 반복될 것이다.
사례2. 최근 불산등 공장내 유해화학물질 유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고를 낸 기업들은 사고도 사고지만 정부의 사건처리에 지칠대로 지친 모습이다. 동일한 유출사고를 두고 고용노동부, 환경부, 행정안전부, 관할 경찰서, 시청 ,소방서는 물론 국회, 광역의회, 시의회 등에서 각자 조사를 벌이느라 기업 담당자들을 닥달하기 때문이다. 유출사고가 난 한 기업 관계자는 “관련 정부 기관들을 모두 한꺼번에 한자리에 모아놓고 신속하게 사고를 수습하고 싶다”고 토로한다. ‘인간 녹음기’가 되어 서로 다른 정부 부처별로 조사를 받으면서 같은 말과 절차를 반복하는 일이 힘들뿐 아니라 본업에도 막대한 지장을 받아서다.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정책목표로 설정하고 나서자 온 나라가 창조경제 일색이다. 가히 창조경제 공화국이다. 이제 창조경제를 빼면 박근혜 정부의 정체성까지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를 “창의성과 아이디어가 과학기술과 만나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으로 친절하게 정의하며 팔을 걷어부치고 있다.
창조경제의 대척점은 모방경제일 것이다. 하지만 창조경제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규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박근혜 정부가 주도하는 창조경제의 앞날은 안타깝게도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정부 규제를 대대적으로 없애고 축소한다는 얘기가 아직까지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정부가 발표한 투자활성화 대책만 봐도 그렇다. 기업들이 정작 학수고대하는 수도권 규제완화 등 ‘알맹이’는 빠져있고 변방만 울리는 소극적인 대책 일색이다.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실현하려면 무엇보다 새롭고 혁신적이며 창조적인 정책을 짜기 위한 지금의 노력을 멈춰야한다. 대신 그 에너지를 불필요한 정부 규제를 없애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들이 창조경제의 주체로 제대로 서지 못하는 데는 기업의 역량 및 시도 부족도 있겠지만 정부 규제 탓이 더 크다.
기업마다 창조적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해도 각종 규제의 올가미로 온몸이 묶여 있는데 무슨 재주로 움치고 뛸수가 있겠는가. 작업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이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기업이 전적으로 책임져야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많은 관련 정부기관이 그 사건에 달라붙어 기업활동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기업의 화학물질 유출사고 처리를 1개 정부 부처가 전담해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차원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혁신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고서 창조경제는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부는 철저하게 기업 입장에서 모든 정책과 규제를 다뤄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보다는 ‘기업을 위해 무슨 지원이 도움이 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규제지옥에서 규제천국으로 환골탈태한 뉴질랜드도 정부가 기업과 경제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는 것이 존재 이유임을 깨달았기에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도약할 수 있었다.
춘제 기간 요금소의 혁신을 실행하고 있는 중국 정부의 역발상이 우리 정부에 절실하다. 창조경제는 거창하지도, 멀리 있지도 않다. 중국 정부처럼 단순하고 사소하지만 국민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정책 지원을 과감하게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업의 규제 철폐 및 지원 강화’ 자체가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의 근간이 되고 핵심 정책과제가 되어야 한다.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는 자양분은 기업 지원을 최우선시하는 정부의 태도변화다.
박근혜 정부가 지금처럼 ‘폼나는’ 창조경제형 정책 개발에만 매달려서는 창조경제의 미래는 없다. 기업 지원이 정부의 절대행동강령이 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때 비로소 창조경제의 꽃은 활짝 피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