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어디로 가나

by박보희 기자
2012.04.13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13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4·11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통합당의 진로를 둘러쌓고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거세다.

3달 전 전당대회 때만해도 민주당은 원내 과반 단독 의석을 얻을 것이란 전망에 휩싸였다. 총선 직전까지도 국회 제1당은 물론 통합진보당과 함께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 것이란 견해는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결과는 고작 127석을 얻는데 그쳤다. 새누리당이 152석을 획득하며 민주당은 제1당을 넘어 과반 의석까지 넘겨줬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차려놓은 밥상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했다는 비난 여론이 거세다. 4·11 총선은 어느때보다 야당에 유리한 선거였다는 게 중론이다. 정권 말기 심판 여론이 높았던 데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마저 불거져나왔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12일 “민주당이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렸다”며 “민주당은 항상 총선에서 이긴다면 무엇을 하겠다고만 말했다”고 꼬집었다.

선거를 치르기 전 총선에서 이미 승리한 것처럼 행세했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공천 잡음과 김용민 후보의 막말 파문 등 악재가 터져나왔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채 지도부가 리더십 부재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는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많아 유권자의 지지가 확연히 줄어들었다”며 “공천 자체도 아주 협소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명숙 대표 대 박근혜 위원장의 구도였는데 대권 주자급과 그렇지 않은 대표 사이의 차이가 드러난 것”이라며 “압승 가능성이 패배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결국 여론은 ‘지도부 총사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창당 후 4개월, 한명숙 대표 취임 3개월을 3일여 앞두고서다. 장성민 전 의원은 12일 “정권을 뺏긴 지 5년만에 하늘과 민심이 던져준 정권 교체의 기회를 오만과 자만의 리더십으로 스스로 망쳤다”며 “한 대표는 당 대표직,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해야 한다”며 사퇴론에 불을 붙였다.



당내 지도부도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지원 최고위원은 12일 목포의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당이 사실상 패배했다”고 인정하며 “선거 결과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사퇴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 민주당의 손을 들어줄 준비를 했는데 정작 당은 요행을 바라고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 기다렸다”며 “특정 정파가 독식하는 공천, 도발 경선, 선거 전략 부재 등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중로에서 당선된 정세균 상임고문 또한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께 송구하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지도부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박선숙 사무총장은 참패에 대한 책임을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종합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사무총장으로서 맡은 바를 다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박 사무총장은 이날 새벽 민주당 참패 결과가 전해지자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임종석 전 사무총장이 비리 연루 논란으로 자리에서 물러난지 1달여 만이다.

비난의 화살은 결국 한명숙 대표로 향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현충원을 찾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적었다. 한명숙 대표 측근은 “13일쯤 한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고 거취를 포함한 대책을 밝힐 예정”이라며 조만간 거취를 포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 안팎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한 대표가 곧바로 사퇴할 경우 오히려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 신임 지도부를 구성한 뒤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방안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 경선이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