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 승부처(7) 서울 은평 을 이재오 대 천호선
by박원익 기자
2012.03.26 06:00:00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이재오? 한번 바꿔 볼 생각도 있지.”
25년째 서울 은평구 불광동 대조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해온 김문환(75)씨는 갈수록 장사가 더 안 된다고 푸념을 늘어놨다. 지금까지 이 후보를 찍었는데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25일 “다른 사람도 생각이 비슷하다. 지역 발전을 기대했는데 경제 사정은 더 나빠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은평 을이 4·11 총선 최대 관심 지역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친이계 좌장으로 불리는 4선의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참여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의 빅매치가 성사됐기 때문이다. 천 후보는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후보가 됐다.
대선을 앞두고 치러지는 총선인 만큼 현 정권 4년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 노무현’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거물급 정치인인 이재오 후보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려워졌다.
| ▲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가 23일 서울 은평구 구산동에서 쓰레기줍기 봉사 도중 주민과 악수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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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로 뛰는 전략을 선택했다. 홀로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비는 ‘나홀로 선거’를 통해 중앙정치와 거리를 두고 지역 민심을 파고드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지난 2010년 재보궐 선거에서 이 방법으로 톡톡한 효과를 봤다.
반MB 정서가 강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네 백반집에서 직접 서빙을 하고, 길가의 쓰레기를 줍는 소탈한 모습을 SNS로 전하는 방법이다. 이 후보는 이날도 아침 일찍부터 등산객들을 만나고 지역구에 위치한 교회 등을 돌며 민심을 살폈다.
이 후보에 비해 지명도에서 뒤쳐지는 천 후보는 ‘MB정권 심판’을 내세우며 선거운동에 임하고 있다. 그는 이날 선거 홍보 동영상 촬영 등 빽빽한 일정 가운데서도 천주교 불광동교회 앞에 나와 지역민들을 만났다.
천 후보는 특히 이 후보에 대한 피로감, 반MB 정서 등을 통해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아무리 잘했던 사람이라도 같은 지역에서 5선을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큰 길 보다는 작은 골목에서 도보로 지역민들을 만나며 더 낮은 자세로 다가선다는 전략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천 후보는 국립보건원 부지에 대학을 유치하고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를 통해 자영업자들을 보호한다는 공약을 내 놓은 상태다.
실제로 이 후보에 대한 젊은 유권자의 민심은 냉랭하다. 불광동에 거주하는 강 모(22)씨는 “새누리당과 이재오 의원은 같이 묶이는 것 아니냐”며 “천호선 후보를 잘 모르지만 새누리당은 싫다”고 잘라 말했다. 대학생 이 모씨는 “특별한 지지 정당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변화가 필요하긴 한 것 같다”고 했다.
| ▲ 천호선 야권단일 후보가 24일 서울 은평구 갈현동 길거리에서 지역 주민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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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서울신문과 여의도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후보가(42.2%) 천 후보(38%)를 근소하게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천 후보 캠프 관계자는 “판세가 밀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하루하루 분위기가 다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