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존 가입자에 비슷한 보험 또 팔다가...

by김보경 기자
2011.12.15 10:00:00

A보험사, 두 상품 차이점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금감원 징계 절차

   ☞ 이 기사는 12월15일자 이데일리신문 2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보경 김도년 기자] 5년전 암 보험에 가입했던 K씨는 얼마전 담당 보험설계사로부터 CI(치명적 질병)보험 상품을 소개받았다. 암은 물론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 중대 질환을 포괄적으로 보장한다는 설명에 솔깃한 그는 CI보험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보험료가 이중으로 들어간다는 생각에 기존의 암보험은 해약했다. 그런데 K씨는 암 보장만 따질 경우 이미 해약한 암 보험이 CI보험에 비해 보장금액이 많고, 보장범위는 넓은 반면 보험료는 훨씬 저렴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K씨는 “설계사가 CI보험의 장점만 설명하는 바람에 5년동안 가입했던 암 보험을 해약하고 말았다”며 “비슷한 성격의 다른 보험상품으로 갈아탈 때는 두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알려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대형 보험사가 기존의 보험 가입자에게 비슷한 성격의 보험상품을 팔면서도 두 상품의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징계를 받게 됐다.  
 
14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실시한 A보험사에 대한 검사에서 일부 승환계약자에 대해 비교안내를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하고 징계절차를 진행 중이다. 승환계약이란 기존의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보험상품으로 갈아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보험은 오래된 상품일수록 보장범위가 넓고 보험료도 저렴해 계약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선 새로운 보장이 추가된 신상품이 출시되면 새로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유리해, 일부 설계사의 경우 계약자에게 기존 보험상품의 해약을 종용하면서 신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법은 보험 가입자가 기존 상품을 해약하고 비슷한 성격의 새로운 보험상품으로 갈아타면서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두 상품의 보험기간과 예정이자율, 보장범위 등을 설명한 ‘비교안내확인서’를 계약자에게 제공하고, 서명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A사는 현재 비교안내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지만 이번 건의 경우 보험 가입자가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아 확인서를 받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설계사들이 이전 계약 여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 때문에 두 상품의 장단점을 충분히 비교하면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가입자가 기존에 가입한 보험상품에 대해 알려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책임회피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역시 소비자보호 차원에서 개인정보 공개 여부에 관계없이 비교안내 원칙을 보다 철저하게 적용해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계약자가 정보공개에 동의하지 않은 이유는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이용하지 말라는 취지이지 비교안내를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비교안내 규정을 위반한 A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보험사가 일부 계약에 한해 비교안내 의무를 위반했지만, 그만큼 계약자 보호에 더 신경을 써야한다는 차원에서다. 
 
A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징계 통보를 받지 못했다”면서 “금감원이 개인정보 공개 여부와 관계없이 비교안내를 지시할 경우 시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