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들, 연말결산 시상식 `색깔이 다르네!`

by임일곤 기자
2009.12.20 09:00:00

다음, 민감한 이슈에 개방적-네이버·네이트, 정치색 최대한 배제
포털 서비스정책 고스란히 반영 `3社3色`

[이데일리 임일곤기자] 연말을 맞아 주요 포털들이 한해를 결산하는 다양한 시상식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 포털들은 인기 검색키워드를 분야별로 선정해 발표하거나 우수 이용자를 뽑아 격려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우수 이용자를 선발하는 방식 등은 대부분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정치나 경제 등 민감한 분야를 다루는 면에선 차이가 있다. 다음이 정치, 경제 이슈에 대해 개방적이라면 네이버와 네이트는 이를 최대한 배제해 눈길을 끈다. 각 포털이 추구하는 서비스 철학이 연말 시상식에 그대로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다음은 지난 2006년부터 우수 블로거를 뽑고 있다. 원래 `블로그기자상`이라 부르던 시상식을 올해에는 `뷰 블로거대상`으로 이름을 바꿨다.

`뷰 블로거대상`에선 한해동안 두드러지게 활약한 블로거 9명이 선정된다. 대상 1명에겐 상패 및 상금 500만원을, 우수상 6명에겐 각 100만원씩 돌아가는 규모가 큰 시상식이다.

지난 16일까지 네티즌 투표가 마무리 됐는데 라이프· 문화연예· IT과학· 스포츠· 경제· 시사 등 6개 부문에서 쟁쟁한 블로거들이 올라왔다. 

이들 중에는 경제·시사와 관련된 블로거들이 포함돼 있어 주목된다. 이 부문엔 현 정권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을 내뿜는 인터넷 논객들이 다수 선정돼 있다.



다음 관계자는 "블로거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기 위해 시사와 경제 분야를 블로거대상 시상 부문에 포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소개했다.
 


앞서 다음은 블로그, 아고라 등에서 활약하는 최고의 네티즌을 뽑는 `UCC어워즈`를 작년까지 진행한 바 있다. 작년엔 정부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했던 `미네르바`가 후보에 오르기도 했는데 나중에 그가 검찰에 체포되면서 시상식 발표가 유보되기도 했다.
 
그 이유 때문인지 올해엔 UCC어워즈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고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정치, 경제 논객들 활약상이 부각되지 않아 정부 심기를 건드리지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책이나 영화 서비스에서 따로 펼쳐지고 있는 시상식에서 다소 논란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투표 중인 `올해 최악의 책`에선 `이명박 대통령 연설문집`이 최다 득표를 얻어 1위를 기록하고 있고, `4대강에 부가 흐른다` `박정희 한국의 탄생` 등이 그 뒤를 잇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多音)`이 다양한 소리를 담는다는 의미임을 감안할 때 인터넷 상에서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기본 정책은 연말 시상식에서도 엿볼 수 있다.



NHN(035420) 네이버는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네이버후드`란 시상식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 올해 4번째를 맞는 네이버후드는 블로그와 영화리뷰· 오픈캐스트· 지식인· 책리뷰· 카페· 키친· 포토· 스페셜 등 총 9개로 부문이 나뉜다.
 
흥미로운 것은 다음이 외부 블로그 사용자에게도 문을 열었다면 네이버는 주로 내부 회원만을 대상으로 한정한다는 점이다.
 
또한 다음이 블로그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나눴다면, 네이버는 주요 서비스별로 묶었다. 양사 모두 양질의 콘텐트를 생산하는 이용자들을 독려한다는 취지는 같으나 접근 방식은 다르다.
 
양사가 가장 구별되는 점은 정치나 경제 등 민감한 이슈를 포함하느냐이다. 다음과 달리 네이버는 영화나 책 리뷰, 음식, 사진 등 실생활과 관련된 정보 외엔 정치색을 뺐다.

네이버가 정치적 논란에서 최대한 벗어나려는 것은 뉴스 서비스를 운영하는 방식만 봐도 알 수 있다.

올해 초 네이버는 첫화면 뉴스 편집권을 언론사에게 돌려준 `뉴스캐스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대선과 촛불집회 등 사회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특정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자 아예 뉴스 편집권에서 손을 떼어버린 것이다. 
 
민감한 이슈를 다루지 않는다는 점은 SK컴즈(066270) 네이트도 마찬가지다. 네이트는 주로 미니홈피에 방명록 등을 많이 남긴 지인을 찾는 `최고의 일촌`, 매월 네티즌 공감을 많이 얻었던 `최고의 베플` 등을 선정하는 것으로 연말 시상식을 진행한다.
 
네이트와 그 형제인 싸이월드가 정치 같은 거대담론 보다 개인의 감성과 지인들간의 소통을 강조한 서비스임을 감안하면 이같은 선정방식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산업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성장한 포털들이 벤처 이미지를 벗고 어엿한 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신경써야할 일이 한두개가 아니게 됐다. 이번 포털들의 연말 시상식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