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유환구 기자
2008.10.27 07:32:20
[이데일리 유환구기자] 코스피와 1000이라는 숫자의 질긴 인연은 마치 잔혹사에 가깝다.
출발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코스피는 3년 동안 5배가 껑충 뛰어오르며 처음으로 1000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이는 16년 동안 이어진 기나긴 좌절과 낙담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코스피는 세차례에 걸쳐 호기롭게 1000돌파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불발탄에 그치고 만다.
그 사이 국내 증시는 외환위기(1997년), 대우사태(1999년), 코스닥 거품(2000년), 카드채 사태(2003년)를 잇달아 겪었다. 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렸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투자자들이 겪었던 좌절과 손실을 누군가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마의돌담(Stonewall)`으로 알려진 버지니아 프레드릭스버그 외곽 메리스 고지를 둘러싼 피의 전투와 비교하기도 한다.
그러나 2005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다. 드디어 코스피가 1000선을 뚫고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뿐 아니었다.
코스피는 내친김에 2000까지 돌파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제쳤다. 이제 1000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새로운 신천지가 열린 것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2008년 또 한번 믿기 힘든 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정확히 1년 만에 코스피는 반토막이 났고, 다시 세자릿수로 돌아갔다.
질곡의 16년 세월을 딛고, 지난 3년 동안 쌓아올린 역사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다. `신화는 없다`. 공교롭게는 이 말은 올해 새로 취임한 대통령의 자서전 제목이기도 하다.
물론 결과는 미지수다. 누군가는 옥동자를 낳기 위한 산통에 불과하달지 모른다. 누군가는 지난 3년 동안 달콤한 꿈을 꾸었을 뿐이라고 한탄할테다. 정답은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아래는 지난 20년 동안 코스피의 주가 차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