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악재를 먹어버린 반도체

by정명수 기자
2004.09.14 06:19:04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애물덩어리 반도체가 스폿 라이트를 받았다. 유가가 급등하고, 일부 반도체 기업이 실적 경고를 했지만, 악재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나스닥은 당당히 1900선을 상향 돌파했다. 이것이 반짝 랠리인지, 연말까지 상승을 예고하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했다. ◇"반도체 바닥 아직 멀었다" 메릴린치는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이 아직 바닥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다수의 반도체주들이 내년 실적 전망 대비 매력적인 모습"이라면서도 "지난 2주간 실적 실망이 잇따른 것을 보면, 이익 전망치의 질적 측면에 대해 계속해서 우려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브로드밴드 칩 메이커인 브로드컴(BRCM)은 메릴린치의 경고를 뒷받침하듯이 재고 증가를 이유로 3분기 매출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투자자들은 매출이 둔화될 것이라는 악재를 무시하고 총마진이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회사측 설명에만 주목했다. 반도체라는 각론을 두고 매수-매도세력이 싸움을 벌이는 한편에서 거시 경제라는 본론에 대한 어두운 전망도 계속됐다. 프루덴셜의 수석 전략가 에드워드 키언은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이는 두자릿수 이익 증가율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익 신장세 둔화가 곧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술주의 어닝 사이클이 생각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면서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을 권고했다. ◇"그래도 산다" 월가는 메릴린치의 경고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드리벤트 파이낸셜의 매니저 스코트 버진은 "반도체주식들은 지난 7월이후 대대적인 매도공세를 받았기 때문에 악재가 더 이상은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JP모건도 거들었다. S&P500 기업의 올해 평균 주당 영업이익을 67달러, 내년에는 70.5달러로 높여 잡았다. JP모건은 연말 S&P500 지수 목표도 당초 1150에서 1200으로 올렸다. 어닝 서프라이즈가 2분기까지 이어진데다, 하반기에도 마진이 훼손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JP모건은 "이미 2분기에 비용증가세가 매출 증가속도보다 낮아졌다"면서 "올해 남은 기간동안 더 이상 실적실망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급등도 무섭지 않았다. 허리케인 아이번이 석유 시설이 밀집한 걸프만으로 접어들었지만, `만 속의 태풍`일 뿐이라는 반응이었다. 윈드햄 파이낸셜 서비스의 수석 투자전략가 폴 멘델스존은 "낙관론이 좀 더 강해졌다"며 "유가 반등이 대단한 정도로까지 발전하지 않으면 시장은 이를 충분히 이겨낼 것"이라고 말했다. 캔터 핏제럴드 US마켓의 전략가 마크 파코는 "투자자들이 드디어 내년 이익전망을 기반으로 한 주가 밸류에이션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는 올 연말까지의 실적 악재를 주가에 이미 상각 반영했으며, 최근의 재고문재를 극복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신중론 와코비아증권의 시장 분석가 브라이언 피스코로우스키는 "허리케인 아이번이 북상중이고, 경제지표는 그다지 강력하지 못해 여전히 우려가 남아 있고, 다음주 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앞두고 있다"며 경계감을 표시했다. 스미스바니의 주식 전략가 토비어스 레브코비치는 "시장이 4분기 랠리를 기대하고 있으나, 실적 우려가 이를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연말까지는 전술적 경계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브코비치는 그러나 "내년에는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으로 바뀜에 따라 주가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바니는 내년말 다우지수 목표치를 1만1700으로 제시했다. S&P500 지수는 1225를 예상했다. 이는 현 주가대비 각각 13% 및 9% 가량 높은 수준이다. 스미스바니는 주식투자 비중도 5%포인트 상향, 60%로 제시했다. 대신 채권비중은 40%에서 35%로 낮췄다. 현금비중은 5%를 유지했다. 스미스바니는 올 연말 다우지수와 S&P500 지수 목표는 현 주가 대비 각각 6% 및 9% 낮은 9750과 1025를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