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낸 추경, 민생고만 가중…눈덩이처럼 불어난 의무지출부터 손봐야"[만났습니다]①

by김은비 기자
2023.09.15 05:00:00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인터뷰
"허약해진 재정건전성…비기축국은 완충장치 약해"
"학령인구 주는데 교육재정교부금도 줄여야"
"민간 활력 넣어줄 감세가 경기대응에 더 적절"

[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하반기 들어서도 수출·내수 둔화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당에서는 경기 부양을 위해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하지만 이명박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역임했던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박재완 경제교육단체협의회장 인터뷰


최근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경제교육단체협의회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전 정부의 손쉬운 확장정책으로 민생고가 가중되고, 부채의존 성장 기조로 재정건전성이 허약해졌다”며 “빚을 내기보단 방만한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MB노믹스(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의 ‘마무리투수’로 지난 2011년 기재부 장관에 올랐다. 유럽발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한 해전 6.5%였던 경제성장률이 3.7%로 뚝 떨어졌을 때였다. 이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추경 편성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박 회장은 가뜩이나 금융위기 대응으로 국채가 30조원 가량 늘어나고, 물가까지 급등하는 상황에서 재정여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결국 박 회장은 추경 편성 대신, 각종 기금 운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경기활성화 대책을 짰다.

지금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 5년간 400조원 늘어 작년말 기준 1000조원을 돌파했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말 36%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6%로 높아졌다.

박 회장은 “미국·일본 등 기축통화국은 정부부채비율이 상승해도 중앙은행이라는 완충장치가 있지만, 비기축통화국은 방어선이 취약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의무지출을 줄여야 한다”면서 “학령인구는 감소하는데, 교육재정교부금 등이 계속 늘어나게 방치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와 관련해선 “적자재정을 감내하며 성장을 부추기기보단 민간에 활력을 넣어줄 감세정책이 경기 부양에 더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 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투자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표심을 좇아 왜곡된 복잡한 조세 체계를 정비하고 비과세·감면 축소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박 회장과의 일문일답.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경기 반등세는 여전히 미지근하다. 본격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는 원자재 수입, 반도체 수출, 중국 경제 등 대외 의존도가 높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정상화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도체 사이클, 중국 부동산 침체 등에 따른 리스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역수지 적자는 14개월 이상 이어지는 등 구조적 저성강 기조가 고착화하는 모습이다. 1인 세대 급증과 고령화 등 인구요인, 인적 역량 정체, 제조업 경쟁력 약화, 서비스업 생산성 낙후 등이 원인이다.

△전 정부에서 손쉬운 확장정책과 부채의존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 높아진 주거비부담에 물가상승 등 민생고가 더욱 심화됐다. 경제가 역성장하는 위기 상황이면 몰라도 수시로 재정에 의존하면 민간 활력이 오히려 위축된다. 실제로 2016년까지 80%가 넘던 민간의 성장 기여도가 전 정부에서 60% 밑으로 떨어졌다. 또 빚내서 추경을 하게 되면 효율은 떨어지고, 국가재정부담만 늘어나게 된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치르게 된다. 오히려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 경쟁력 확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감세가 지금은 경기부양에 효과적일 수 있다. 다만 일률적으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아닌, 일자리를 만들고 수출 경쟁력 확보하기 위한 투자세액공제 등의 방식으로 해야 한다.

△세수 여건이 어렵기 때문에 느슨하고 방만한 복지·보조금의 구조조정으로 불요불급한 세출 소요를 줄이고 의무지출 등 경직적인 예산 운용도 완화해야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데 교육재정교부금을 계속 늘리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또 지자체에 주는 지방교부세도 더 알뜰하게 쓰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조세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2024년 국세 감면율은 16.3%로 법정한도 14%를 초과했다. 비과세·감면 축소가 절실하다. 또 근로빈곤층의 일할 유인을 만들지 위해 복지 수혜자가 경제활동에 참여할 때 적용되는 ‘참여세율’이 100%를 초과하지 않도록 문턱 효과를 순화해야 한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가격에 대한 지나친 정부 개입은 최소화해야 되지만, 최근 1년 남짓 보였던 가파른 물가 상승조차 방관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 물가 상승은 부유층보다는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큰 서민·근로소득자에게 더 타격을 입혀 분배를 악화한다. 또 근로, 투자, 저축 의욕과 경제활동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자원배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정부의 가격 개입을 일부 용인해야 한다. 실제 정부에서 1980년대 초에도 정부가 임금 동결 등 물가 오름세 심리 추방에 나서면서 경제가 안정되고 재정, 경상수지가 흑자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

△우선 규제혁신을 통해 생산성의 걸림돌을 덜어내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또 돈을 더 들이지 않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연금·노동·교육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국민연금은 더 내고 덜 받는 정도를 넘어 연금정책과 사회정책을 분리해야 된다. 기여 방식인 국민연금은 소득 비례 연금으로 개편하고 기초연금은 대상자를 줄이고 노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해야 한다. 연금 가입 기간도 59에서 64세로 연장해 고령 근로를 활성화 해야 한다. OECD 회원국 70%가 운영하는 연금 재정의 자동안정장치 도입도 하나의 방법이다.

△1955년 경남 마산 출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 정책학 박사 △성균관대학교 교수 △17대 국회의원 △대통령실 정무수석 △국정기획수석 △고용노동부장관 △기획재정부 장관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성균관대학교 이사장 △경제교육단체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