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계현 등 삼성전자 경영진, '반도체 특성화대' 서울대 총출동
by최영지 기자
2023.08.14 05:30:00
9월 반도체소자 특강 앞두고 강사진·커리큘럼 개편 중
HBM 등 차세대 D램 강의…"특성화대 출범 취지 반영"
10년간 반도체산업에 12만명 필요…인력 감소세 여전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인재발굴 협력 절실"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경계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겸 사장을 비롯한 삼성전자 임원진이 내달 서울대에 총출동한다. 지난달 반도체 특성화대학으로 지정된 서울대의 첫 반도체소자특강에 직접 참여하기 위해서다. 기업·학교가 특성화 인재발굴에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갈수록 국내 반도체 산업 기술 인력이 부족해지는 가운데 향후 인력영입을 위한 중장기 플랜의 일환으로도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사장은 9월5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최고경영자(CEO) 세미나를 진행한다. 앞서 경 사장은 올해 삼성전자 계약학과가 설치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과 연세대를 잇달아 찾아 ‘꿈과 행복의 삼성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삼성전자 사업뿐 아니라 조직문화와 비전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바 있다. 더 나아가 삼성전자 임원진은 올해 2학기 서울대 반도체소자특강에 직접 나서기 위해 연단에 선다. 아예 시험문제 출제부터 학점을 매기는 것까지 실질적인 인재육성에 뛰어드는 셈이다. 앞서 교육부는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 명지대-호서대(동반), 경북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부산대, 전북대-전남대(동반), 충북대-충남대-한기대(동반) 등 국내 대학 8곳을 반도체 특성화대학으로 선정해 △융복합 교육과정 설계 △우수교원 확보 △실습 및 교육환경 구축 등을 위해 올해 총 54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서울대는 내년 첨단융합학부 신설에 앞서 올해부터 회로·시스템, 소자·공정을 특성화분야로 두고 반도체 트랙을 개설해 공대 내 반도체 전문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4년에 260여명의 반도체 인재를 배출하겠다는 게 서울대의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임원들이 파격적으로 회사에서 익힌 지식을 직접 전달하려는 건 학생들이 반도체 이외 디지털헬스케어 등 다른 전공으로의 쏠림 현상을 막고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2022년 국내 주력산업별 산업기술인력 표본 대비 사업체 및 현원, 부족인원 분포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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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향후 반도체 산업은 지속 확대, 필요 인력 규모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7만9000명 수준의 인력 규모는 10년 후 30만4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12만5000명 상당의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산업기술인력수급실태조사에서도 최근 5년간 반도체 산업분야의 기술 부족 인력은 △2017년 1423명 △2018년 1528명 △2019년 1579명 △2020년 1621명 △2021년 1752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는 실정이다.
경 사장 외에도 삼성 내부에선 올 2학기 개강을 앞두고 한 학기 세부 커리큘럼과 강의를 맡을 임원진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D램과 낸드플래시, S램 등 메모리반도체 관련 강의에는 차세대 D램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이 새롭게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이미지센서를 비롯해 지능형반도체 등 시스템반도체 관련 이론, 실무 지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서울대 역시 특성화대학 출범 취지대로 산업 현장 수요에 맞는 실무·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학부생들에 강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교·대학원을 점차 늘림으로써 인재 확보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실질적 인재 투입을 위해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산학협력 확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