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08.08 05:00:00
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19명 국회의원의 실명이 윤관석 의원의 영장실질심사 때 공개됐다. 이들 의원은 그해 4월 28일 국회 외통위 소회의실에서 있었던 송영길 전 대표 지지 모임에 참석한 자리에서 또는 다음 날 의원실을 직접 방문한 윤 의원으로부터 직접 돈 봉투를 받았다고 한다. 이번 수사를 촉발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폰 통화 녹음 파일에 들어 있는 진술에 이어 구체적 금품수수 정황과 신원까지 드러난 것이다.
해당 의원들은 펄쩍 뛰고 있지만 무엇보다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된 윤 의원의 구속으로 법원도 조직적 불법 매표행위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돈 봉투를 조성, 의원 20명에게 300만원씩 6000만원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윤 의원은 체포동의안 부결 53일 만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 수감됐다. 앞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위원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송 전 대표의 보좌관 등과는 달리 현역 의원의 구속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실명이 공개된 의원들이 구체적 소명 없이 ‘야당탄압’, ‘법적 대응’ 운운하며 계속 발뺌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떳떳하다면 수사에 적극 협조해 무고함을 입증하면 될 일이다. 민주당도 “검찰수사가 과도하고 무리하다”며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킨 점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 불체포특권을 방패 삼아 범죄자를 사실상 비호했다는 점에서 유권자에 대한 배신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당대회의 금품 수수는 선거 결과를 왜곡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근본 정신을 훼손하는 중대 범죄다. 검찰은 윤 의원의 구속과 돈 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의원들의 명단 공개를 계기로 신속히 수사를 마무리할 일이다. 민주당도 최근 의총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한 만큼 더 이상 의원 ‘방탄’에 매달리지 말아야 한다. 때마침 박광온 원내대표가 엊그제 기자간담회에서 “내로남불과 온정주의로 국민과 멀어지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돈 봉투 의혹을 쇄신의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의 쇄신 약속이 실천으로 이어질지 국민들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