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첸 "짜릿한 한국 공연의 마법, 하루 빨리 경험하고파"

by장병호 기자
2023.07.31 05:40:00

내달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출연
서울시향과 협연, 윤홍천·조진주 등과 실내악 무대
라이엇 게임즈 음악 자문 등 다방면 활동 병행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묶인 커뮤니티 만들고파"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해외 연주자들이 한국 공연을 기대하는 이유가 있다. 다른 나라에선 느끼기 힘든 열정적인 관객이 있기 때문이다. 대만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34)도 마찬가지다. 다음달 롯데콘서트홀 ‘2023 클래식 레볼루션’ 출연을 앞둔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 공연의 마법을 하루빨리 다시 경험하고 싶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사진=롯데문화재단)
‘클래식 레볼루션’은 롯데콘서트홀이 2020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여름 클래식 페스티벌이다. 레이 첸은 이번 축제 최다 출연자다. 개막공연인 다음달 11일 서울시향 공연의 협연자로 출연하고, 15일 ‘체임버 뮤직 콘서트’에서는 피아니스트 윤홍천,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첼리스트 한재민 등과 무대에 오른다. 16일엔 아이들을 위한 바이올린 마스터 클래스도 갖는다. 레이 첸은 “한국 관객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생동감과 열정을 항상 보여준다”며 “롯데콘서트홀이라는 특별한 공간에서 그 에너지를 다시 한번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클래식 레볼루션’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번 공연에선 서울시향과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체임버 뮤직 콘서트’에서는 브람스 헝가리안 댄스 7번, 클라리넷 5중주 나단조 등을 연주한다. 브람스는 레이 첸이 특별하게 생각하는 작곡가다. 브람스 음악에 깊고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이번 공연을 통해 브람스 음악 속 복잡한 감정의 팔레트를 한국 관객과 함께 나누고, 인간의 감정에 대한 브람스의 깊은 이해를 함께 탐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은 클라리네티스트 겸 지휘자 안드레아스 오텐잠머가 맡는다. 레이 첸은 오텐잠머와 실내악 공연으로 여러 차례 호흡을 맞춰본 사이. 그러나 지휘자와 연주자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이 첸은 “오텐잠머는 음악적 감성에 유쾌한 성격이 더해져 전 세계 많은 동료에게 영감을 주는 훌륭한 리더”라며 “지휘자이자 축제 예술감독으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그의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고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사진=롯데문화재단)
레이 첸은 2008년 예후디 메뉴인 콩쿠르, 2009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연주자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 선정 ‘30대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연주 이외의 활동도 다방면으로 펼쳐가고 있다. 그는 음악 학습 스타트업 ‘토닉’의 공동 설립자이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제작사로 잘 알려진 라이엇 게임즈의 음악 자문도 맡고 있다.

레이 첸은 “저에게 음악 팬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영향력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제 성공의 척도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거나 명성을 얻는 것이 아니며, 음악의 힘을 통해 사람들의 삶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연주 외의 활동을 병행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저는 연주자로서 음악의 마법을 공유하고 싶다”며 “무대든, 온라인 동영상이든,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음악에 대한 사랑으로 묶인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아이들을 위한 마스터 클래스에 참여하는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레이 첸은 “이 마스터클래스는 단순히 테크닉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음악에 대한 평생의 사랑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라며 “악기를 마스터하기 위해서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기쁨과 열정을 유지하고 감정을 전달하며 다른 사람과 더 깊은 차원에서 소통하기 위해 연습하는 것임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올리니스트 레이 첸. (사진=롯데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