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가격통제…한전·가스공사 부실 부작용으로
by김형욱 기자
2023.02.27 05:00:00
[고물가에 가격 개입 나선 정부]
에너지공기업 작년 실적 보니
원가 급등에도 전기·가스료 동결
미수금 급증에 이자 부담만 2조원
뒤늦은 요금 인상, 서민 부담 가중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국내 전 국내 전기·가스 공급을 도맡고 있는 한국전력공사(015760)와 한국가스공사(036460)가 우려대로 지난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받아들었다. 문재인정부의 원칙 없는 시장 개입이 실적 참사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32조 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역대 최대였던 2021년(5조8465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손실 규모다. 같은 날 가스공사는 작년말 기준 미수금이 역대 최대인 8조6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이다. 가스공사는 판매 손실금을 자산 중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하는 회계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해외사업 수익 등으로 2조463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늘어난 미수금에 고개를 숙였다.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악화는 액화천연가스(LNG) 국제시세 급등과 함께 정부의 원칙 없는 시장개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LNG는 국내 전체 난방수요의 약 85%를 맡고 있는 도시가스의 원료이자, 국내 전체 발전의 30%를 차지하는 가스(복합)화력발전의 연료이기도 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LNG수입단가는 △2020년 t당 392.7달러 △2021년 555.2달러 △2022년 1077.8달러로 2년새 3배 가까이 급등했다.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1월까지 동결해 오다, 이후 1년간 서울 주택용 기준 1메가줄(MJ)당 14.2243원에서 19.6910원으로 38.4% 올리는 데 그쳤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요금은 공공재’라는 명분 아래 요금 인상을 강하게 억제한 탓이다. 또 원자력발전(원전)을 배제한 탄소중립 목표를 내세운 결과, 우리나라 전기·가스 공급망은 국제 가스 가격 변동에 더 취약한 구조로 만들어버린 영향도 컸다.
지난 2년간 한전의 적자와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고스란히 쌓여왔다. 지난해 한전 적자와 가스공사 미수금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만 2조원(채권 금리 연 5% 기준)이 넘는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하더라도 늘어난 이자 부담에 계속 빚을 갚아야할 처지다. 전기·가스요금을 더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요금을 원가 변동에 맞춰 제때 반영했다면 ‘요금 신호’를 통해 소비자의 난방비 체감 부담을 줄이고,한전·가스공사의 재무 부담도 경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제라도 정부는 에너지 요금은 시장에 맡기고 취약계층 복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가스공사 대구 본사 전경. (사진=가스공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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