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 중단에 미분양 급증까지…신용 스프레드 확대되려나[최정희의 이게머니]

by최정희 기자
2023.02.09 05:00:00

대우건설, 울산 주상복합 사업 브릿지론 단계서 ''손절''
미분양주택 6만8000가구로 정부 위험선 초과
PF-ABCP, 3월까지 발행액의 88%, 32조 만기 도래
노무라 "미분양 주택 1만건 증가할 때마다 신용 스프레드 10bp 확대"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대우건설이 울산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 건설을 포기한 데다 미분양 주택이 정부가 정한 위험선을 뛰어넘을 정도로 증가하면서 부동산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 1~3월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증권(PF-ABCP) 발행 잔액의 88%, 32조원이 만기 도래할 예정이라 신용 경계감이 커질 수 있다. 노무라 증권은 미분양 주택이 1만건 쌓일 때마다 신용스프레드가 10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말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국 미분양 주택(신규 분양주택의 1차 계약일까지 미계약)은 작년말 기준 총 6만8107가구로 전달 대비 17.4%, 1만80가구 증가했다. 정부가 미분양 주택 위험선으로 언급했던 6만2000가구를 뛰어넘어 2013년 8월(6만8119가구) 이후 9년 4개월 만에 가장 많아졌다.

정부가 1.3대책을 통해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은 후 한 달이 지났지만 뚜렷하게 시장이 살아나는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의 바로미터로 불렸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 정당계약률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정당계약률이 50~70%로 추정되는 데다 당첨 가점 최저치가 20점(전용 49㎡ 주택형)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이 지난달 말 울산의 한 주상복합 사업장에서 연대 보증을 섰던 4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상환하면서 손실을 감수한 채 사업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PF-ABCP 등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줄줄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방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많이 쌓이고 있는 터라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이 철수되는 대우건설 같은 사례가 더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지방 미분양은 전월비 19.8%(9418가구) 증가한 5만7072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미분양 가구의 83.8%에 달한다.



출처: 한국은행
PF-ABCP 만기도 1분기에 집중돼 있다. 만기 도래되는 브릿지론의 롤오버(만기 연장)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PF-ABCP 발행잔액은 작년말 36조4000억원이고 이중 88.1%인 32조원 가량이 올 1~3월께 만기 도래한다. 우량물과 비우량물간의 양극화도 나타나고 있다. 우량물의 경우 PF-ABCP가 순발행되며 안정된 모습이지만 비우량물은 PF-ABCP가 순상환되면서 시장의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 주택이 늘어나고 브릿지론 단계에서 사업이 철수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건설사가 건설 프로젝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증권사가 PF-ABCP 보증 이행을 선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권사 기업어음(CP) 시장도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예컨대 대우건설(후순위)이 브릿지론 단계에서 철수한 울산 주상복합 사업장의 경우 유안타 증권(200억원), 우리금융캐피탈(100억원), 아이파트너스자산운용(80억원) 등이 선순위 대출로 참여했기 때문에 제2금융권으로 손실이 번질 전망이다.

한은이 작년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의 PF 채무보증액은 23조9000억원(작년 9월말)으로 전체 채무보증액(45조4000억원)의 52.6%에 달해 부동산 경기 악화시 보증 이행 규모가 확대될 우려가 커진다. 증권사 CP역시 발행 잔액의 52.4%, 19조3000억원 가량이 1~3월에 만기도래된다. 저축은행은 PF대출이 10조70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비중이 75.9%(9월말)로 금융업권 중 가장 높고, 카드, 캐피탈 등 여신전문회사의 경우도 PF대출이 27조1000억원(9월말)에 달한다.

(출처: 금융투자협회)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 CP 및 PF-ABCP의 경우 비우량물의 발행 여건 회복이 더디고 부동산 시장과 연계된 건설사·금융기관 발행 CP 등에 대한 신용 경계감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급증하는 주택 재고는 건설사들의 현금 흐름을 악화시켜 신용 스프레드를 가중시킨다”며 “주택 재고가 1만건 증가할 때마다 2~3개월 시차를 두고 신용스프레드가 10bp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몇 개월간 주택 재고가 추가로 증가할 수 있어 금융안정성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 3년물(AA-등급) 금리를 비교한 신용 스프레드는 작년 12월 1일 1.772%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월 7일 0.929%포인트로 한 달 넘게 하락세를 보였으나 이달 들어선 0.9%포인트선에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