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급락장에도…매도리포트 1% 초과 증권사 '0곳'
by김응태 기자
2023.01.31 05:00:00
국내 증권사 26곳, ''매수'' 리포트 비중 90% 초과
교보증권 등 7개 증권사 매수 리포트 비중 100%
"리서치센터 기업 마케팅·홍보 역할 변모"
"전문성 있는 애널리스트 육성해야"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글로벌 긴축 정책 여파로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20% 넘게 하락했지만, 국내 증권사에서 발간한 리포트 10개 중 9개는 ‘매수’ 의견이었다. 매도 리포트 비중이 1%를 넘긴 증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증권사가 매수 리포트를 남발하면서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서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문성 있는 애널리스트를 육성해 리포트 분석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32곳 중 지난해 발간 리포트에서 매수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업체는 26곳(81.3%)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곳(18.7%)은 매수 리포트 비중이 90% 미만이었다. 다만 이들 업체 역시 매수 리포트 비중이 80%를 넘어 높은 편에 속했다.
지난해 출간한 리포트가 매수 비중이 100%인 업체는 교보증권(030610), DS투자증권, 부국증권(001270), 리딩투자증권, 유화증권(003460), 카카오페이증권, 한양증권(001750) 등 7곳이었다.
매수 리포트 비중이 100%에 육박하는 업체들도 상당수였다. 키움증권(039490)과 케이프투자증권은 매수 리포트 비중이 98%를 넘었다. 흥국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97%를 초과했다. 신한투자증권, DB금융투자(016610) 등은 96%를 넘었다.
매수 리포트 비중이 80%대 수준이었던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발행 리포트 수가 많은 대형 증권사였다. 가장 매수 리포트 비중이 작은 업체는 삼성증권(016360)으로 80.6%였다. ‘중립’ 의견 리포트 비중은 19.4%를 기록했다. 뒤이어 NH투자증권(005940)의 매수 리포트 비중이 81.2%, 중립 리포트 비중이 18.8%를 기록했다. 이외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008560), 신영증권(001720) 등도 매수 비중이 80%대였다.
이와 달리 ‘매도’ 의견 리포트 비중이 1%를 넘는 증권사는 아예 부재했다. 그나마 DB금융투자, 미래에셋증권(006800), 유진투자증권(001200) 등 3곳에서 0%를 소폭 넘는 매도 리포트 비율이 통계에 잡혔다.
국내 증권사의 이 같은 흐름은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상반됐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모건스탠리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의 매수 리포트 비중은 36.9%였다. 중립과 매도 리포트 비중은 각각 45.3%, 17.8%였다. 골드만삭스증권 서울지점도 매수 리포트 비중이 47.4%로 과반을 넘지 않았으며, JP모간증권 서울지점도 매수 비중이 48.4%에 그쳤다.
국내 증권사의 리포트가 매수를 남발하면서 국내 증시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2998.32에서 시작해 연말 2235.40으로 거래를 마쳐 25.4% 하락했다.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긴축 정책과 경기 침체 여파로 투자 심리가 악화된 탓이다.
매크로(거시경제) 환경과 달리 국내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비중이 과도하게 높은 건 증권사들이 리서치 센터를 통해 단기 수익을 창출하는 데만 주력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리서치 센터가 기업을 분석하는 본래의 역할보다 고객사를 유치하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매수 리포트가 남발되고 있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리서치센터가 기업을 분석하는 게 아니라 마케팅적인 차원에서 홍보하는 역할로 변하고 있다“며 ”최근 교육 기간이 짧아지고 전문성이 부족한 애널리스트가 늘면서 홍보용 리포트를 양산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들이 매도 리포트를 작성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독립적으로 리포트를 쓰지 못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증권사가 장기적인 비전을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애널리스트를 육성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리서치센터가 부실하면 증권사 매니저들이 리서치를 개별적으로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치열하게 분석해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증권사들이 거시적인 시각에서 리서치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