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알바도 유급휴가에 연장근로수당 받나…소상공인 ‘부글부글’

by최정훈 기자
2023.01.14 07:00:00

고용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
5인 미만 사업장, 주52시간제·연차유급휴가·가산수당 등 제외
노동계 숙원 이뤄지나…고용부 “수용성 감안해 단계별 적용”
"근로자 보다 못 버는 소상공인"… 강력 반발 전망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정부가 올해부터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추진을 공식화했다. 직원이 4명 이하인 모든 사업장은 단계적으로 주52시간제, 연차휴가,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 수당 등 적용이 추진될 예정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전 세종시 산업안전보건본부에서 열린 ‘2023년 고용노동부 노동개혁 추진 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소상공인 등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전면 적용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근로자 월평균 임금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적용이 고금리에 대출도 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고용을 줄이는 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올해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추진한다. 지난 9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보고를 하면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수차례 개정을 거치며 1998년 5인 이상 사업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우 일부 조항만 적용하기로 했다. 영세사업장의 형편이 어렵고, 영세사업장이 법을 지키는지 일일이 감독하기에는 공무원이 부족하다는 현실 때문이다.

직원이 4명 이하인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근로기준법은 크게 6가지다. 먼저 를 받지 않는다. 법정 근로시간 40시간과 연장근로시간 12시간으로 구성된 ‘주52시간제’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만 적용된다. 4인 이하 사업장은 사업주가 한 주에 80시간 일을 시켜도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 4인 이하 사업장은 공휴일의 도 적용받지 못한다. 근로기준법상 관공서의 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도 5인 이상 사업장부터이기 때문이다. 유급휴일이라는 뜻은 공휴일에 쉬어도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은 법정 유급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다 보니 만일 공휴일에 쉰다고 해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특히 정부가 내년부터는 성탄절과 석가탄신일도 대체공휴일 적용을 추진하는데, 이 또한 4인 이하 사업장은 적용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4인 이하 사업장은 도 적용되지 않는다. 5인 이상 사업장은 연장이나 야간, 휴일 근로를 하면 가산 수당을 받는다. 한 시간을 일하면 기본적으로 통상임금의 50%가 가산되기 때문에 1.5배의 임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은 일하기로 한 것보다 더 일하거나 야간에 일하거나, 휴일에 일해도 일한 시간만큼의 임금만 받을 수 있다.

휴가를 보장받는 것도 4인 이하 사업장에서는 남의 나라 얘기다. 는 1년 동안 일한 대가로 주어지는 근로기준법상 유급휴가라는 뜻으로, 쉬어도 급여가 지급된다. 또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연차휴가는 늘어난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은 법적으로 보장된 휴가가 없다. 수년 동안 같은 사업장에서 일해도 법적으로 보장받는 휴가가 없다는 뜻이다.

4인 이하 사업장은 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5인 이상 사업장은 해고할 때 서면으로 통보해야 하고 또 해고해야 하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4인 이하 사업장은 해고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도 된다.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생각해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도 없다.



도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다. 근로자가 일하는 도중 크게 다치거나, 사망하면 사업주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도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노동계의 숙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은 134만6091개로 전체 사업장(200만5323개)의 67%에 달한다. 종수자 수도 293만 8457명으로 전체 근로자(1889만5911명)의 15% 수준이다. 그러나 영세업체의 부담와 행정력 등을 이유로 번번이 추진되지 못했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실에서 ‘2023 고용노동부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을 가졌다(사진=고용노동부 제공)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특히 지난해 말 노동개혁 권고문을 마련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문제를 꼬집고, 윤석열 대통령도 해당 내용을 언급하면서 고용부의 올해 주요 업무에 올랐다. 정부는 우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같은 인권 보호 제도 우선 도입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방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 연구회를 구성해 오는 6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권기섭 고용부 차관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관해서는 정부도 나름대로 실태조사 등을 통해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다”며 “5인 미만 근로기준법 개정 수용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높아졌다고 봐서 본격적으로 이번에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 차관은 이어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은 한 2~3년간 코로나도 있었고 최저임금 문제도 있었다”며 “근로기준법에 대한 적용규정을 제외됐던 모든 규정을 다 한꺼번에 적용하기는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할 수 있는 것부터는 빨리하고, 여력이 생기는 대로 추가하는방식으로 진행해야 수용성도 높아지고 저항이나 거부감도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소기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2021년 기준 소상공인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233만원으로 같은 기간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인 327만원보다 낮다. 5인 미만 사업주에 비해 근로자의 보호 필요성이 반드시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다.

2021년 소상공인 실태조사(자료=통계청 제공)
또 인사노무 담당자를 따로 두기 어려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규제를 준수하고 행정절차를 수행할 여력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모든 사안을 책임져야 하는 사업주가 사업을 축소하거나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가족기업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초과근로수당이나 연차유급휴가 등 최저임금과 연동되는 비용 규제는 인건비 부담으로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이에 법적 최저임금 준수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최저임금이 6470원에서 8720원으로 34.8% 인상되면서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한 5인 미만 사업장이 37%에 이른다. 전체 최저임금미만율 16.5%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5인 미만 영세기업이 경영 악화 시 할 수 있는 판단은 대출을 늘리거나 고용을 축소하는 것 뿐”이라며 “대출이 임계점에 이른 상황에서 고용 리스크가 증가하면 직원을 정리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