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강 해이·안전불감…정신 나간 코레일 이대로 둘건가

by논설 위원
2022.12.23 05:00:00

나희승 코레일 사장이 취임 이후 4건의 사망사고와 14건의 기차 탈선사고가 터지는 동안 경영진 한 명 문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내린 ‘철도 안전 지시’도 11일간 뭉개다 국토부 특별감사를 하루 앞둔 지난달 14일에야 현장에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의 코레일 특별감사에서 확인한 사실들이다. 이에 원장관은 감사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나 사장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한다고 한다.

올 들어 코레일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와 탈선사고는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3월 대전의 열차 검수고에서 객차 하부와 레일 사이 끼임으로 추정되는 사고로 근로자가 숨졌다. 7월(서울 중랑역)과 9월(고양 정발산역), 11월(의왕 오봉역)엔 각각 현장에서 작업중이던 근로자가 열차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올 한해 사망자가 최근 3년(2019~2021년)간 사망자(2명)의 2배다. 여기에 지난달 6일 무궁화호 열차가 영등포역 진입 중 6량의 궤도이탈로 승객 34명이 부상을 입는 등 열차사고도 유독 빈번해지고 있다.



우연이 아니다. 사장부터 현장 직원까지 위아래를 막론하고 조직 전체에 근무기강해이와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었다. 나 사장은 빈발한 사고에도 경영진 문책 없이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떠넘겼다. 오봉역 사망사고 당시 해당 기관사가 운행중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는 등 직원들의 규율도 풀어질 대로 풀어졌다. 철도노조는 국토부가 인력충원을 막고 있다며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지만 열차 운행 중 휴대전화 보는 일과 인력문제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코레일은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 건수가 가장 많은 사업장이다. 나 사장은 이미 중대법 위반 혐의로 입건돼 있다. 유사한 재해가 반복되는데도 위험요인의 확인과 개선, 책임자 처벌 등 기본적인 안전메뉴얼조차 이행하지 않은 코레일은 원 장관의 말대로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코레일의 사례는 공공부문 개혁의 당위성을 보여준다. 전문성과 능력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가 기관장을 꿰차고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노조는 이를 빌미삼아 서로 야합하는 모럴해저드는 비단 코레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