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원단 20만개 데이터로…디지털 패션까지 구현"
by김예린 기자
2022.04.27 04:50:00
원단 수출 플랫폼 개발한 이우석 스와치온 대표 인터뷰
원단 구하기 힘든 북미·유럽서 독보적 플레이어로 성장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신사업과 서비스 고도화 박차
디지털 패션 유망성 인정받아 최근 120억 규모 투자 유치
[이데일리 김예린 기자]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을 떠올려도 소재가 없으면 옷을 만들기 힘들잖아요. 원단을 구하지 못하는 패션디자이너들의 문제를 해결해왔고, 이제는 디지털 생태계에서도 소재·제작·판매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원단 수출 플랫폼으로서의 독보적인 경쟁력과 브랜드 네트워크, 국내외를 연결하는 풀필먼트 시스템을 토대로 실물 원단과 ICT를 접목하는 기술 역량을 이끌어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습니다.”
국내 최초 원단 수출 플랫폼 ‘스와치온’을 이끄는 이우석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사만이 가진 경쟁력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의 창의성을 실물과 디지털 의상으로 구현하는데 필요한 모든 방법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스와치온은 해외 디자이너에게 국내 원단을 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패션산업이 발달한 동대문을 활용해 국내 1000여개 도매업체가 보유한 20만개 원단을 데이터베이스(DB)화고, 이를 해외 디자이너들이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한다. 전 세계 52개국 1만 5000여개 브랜드가 사용 중으로, 매출의 80%가 북미·유럽에서 나온다. 이달 기존 투자자 카카오벤처스와 신규 투자자 TBT파트너스, 싱가포르 국부펀드 운용사 파빌리온캐피탈에서 120억원 규모 시리즈B 브리지 투자를 유치했다.
이우석 대표는 동대문의 가치에 눈을 뜨면서 사업모델을 떠올렸다. 패션 대학교에서 프랑스 교수들의 통역을 맡던 오민지 전 대표로부터 미국과 유럽은 유명 브랜드가 많지만 인디 브랜드 시장은 약해 다양한 원단을 소량 구매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동대문과 유럽을 연결해보자는 생각에 스와치(원단 샘플)를 떼어다 유럽으로 넘어가 디자이너들에게 팔아봤더니 먹힌 것. 당시 보부상처럼 원단을 파는 오프라인 에이전시는 많았지만, 온라인 업체는 없었다. 이 대표는 더 큰 해외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아내 정연미 대표, 지금은 소속을 옮긴 오 전 대표와 함께 2017년 10월 스와치온을 창업했다.
| 원단 수출 플랫폼 스와치온의 서비스 이미지. 사진=스와치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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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초기에는 동대문 원단업체 한곳씩 찾아가 수출 판로를 뚫겠다며 샘플을 얻어냈다. 그조차 거절당하면 직접 구매해 해외에 팔았고, 거래량이 늘자 업체들이 입점하기 시작했다. 원단을 구매할 해외 브랜드를 유치할 때는 콜드콜과 이메일은 물론 패션 행사에 무턱대고 찾아가 명함과 원단 샘플을 돌렸다. 비난 받거나 경비한테 쫓겨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사업성에 대한 확신으로 멈추지 않았다. 해외 브랜드와 국내 도매업체 고객들이 늘어나니 실적이 쌓이고, 성장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동대문 도매업체들은 내수 위주라 수출 경험이 없어 해외 배송이 익숙치 않았기에, 스와치온은 창업 초기부터 도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직접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2020년 3분기 미국과 유럽이 셧다운하면서 주문도 정체된 것이다. 스와치온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검색엔진 개선 등 서비스 고도화에 힘썼다. 패션 브랜드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도 출시했다. 패션 브랜드는 바이어를 찾고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기까지 어느 정도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그러나 원단을 생산하는 도매업체는 재주문이 보장되지 않으면 생산을 멈춘다. 원단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브랜드들은 사업에 차질을 빚는다. 그래서 스와치온은 패션 브랜드가 첫 주문 이후 6개월 내 재주문을 약속하면 도매업체로부터의 원단 공급을 보장해주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도매업체에 미리 제품을 주문해 선구매한 뒤 브랜드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우석 대표는 “투자금도 넉넉했고 매출이 떨어지지는 않았으니 잘 버텼다. 코로나19에 따른 위기 상황을 오히려 서비스를 완벽하게 만들 기회라 여기고 보험 출시와 신규업체 발굴, DB 확장, 신사업 구축에 집중했다”며 “덕분에 작년 4분기부터 성장률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 스와치온의 신사업 디지털 패션 플랫폼 ‘브이모드’. 사진=스와치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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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디지털 패션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메타버스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해외 디자이너들의 디지털 전환 욕구가 커지고 있으나 기술적 한계가 있는 만큼, 스와치온이 그간 쌓아온 3D 원단 구현 기술과 DB를 활용해 디지털 패션 제작과 판매를 돕겠다는 취지다.
전략은 실물 패션에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하는 것. 패션에는 실제로 입는 의상, 게임 아바타 등 가상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의상, 실제로는 입지 않았으나 카메라 화면을 통해 체험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AR용 의상이 있다. 스와치온은 세 영역에 모두 발을 담그되, 메타버스가 아직 대중화하지 않은 만큼 고객이 거부감 없이 디지털 패션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실물 의상에 AR 임팩트를 적용한다.
고객이 실제 옷을 입은 뒤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하면 디자이너의 정체성이 담긴 화려한 AR용 의상이 덧입혀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 해당 플랫폼 ‘브이모드’(VMOD)를 출시해 서비스 중이다.
이우석 대표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창의성과 메시지를 옷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표현하는데, 디지털을 활용하면 다양한 효과로 더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어 디지털 패션에 관심이 많다”며 “이런 니즈를 확인하면서 신사업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는 다가올 미래인 만큼 가상에서 활용할 패션도 제작하고 있지만, 당장은 실제 활용성에 집중할 것”이라며 “한번 사고 마는 게 아니라 쉽게 접근해 재미를 느끼며 꾸준히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실물과 가상 경험을 모두 제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