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기다리느니 인수"…예비운용사, M&A로 돌파구 찾나
by권소현 기자
2022.04.12 04:20:00
가치투자 대가 이채원, 다름자산운용 인수
매물 없어 운용·자문사 몸값 치솟아
등록 컨설팅 업체도 성업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등록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차라리 기존 업체 인수로 눈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법인등기부터 인적, 물적 요건 등 갖춰야할 요건이 많고 심사도 까다롭다 보니 M&A(인수합병)가 낫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운용사나 자문사 몸값도 치솟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나 투자자문사 등록을 위해서는 법인격, 자기자본, 인적, 물적, 대주주, 건전경영·사회적신용, 이해상충방지체계 요건 등을 갖춰서 해당 서류를 내야 한다. 제출 서류 분량도 방대하지만, 금감원이 현장실사를 꼼꼼하게 하는 만큼 긴장할 수밖에 없다.
| 왼쪽부터 라이프자산운용 이채원 의장, 남두우 공동대표, 강대권 공동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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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M&A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국내 가치투자의 대가인 이채원 전 한국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지난해 다름자산운용을 인수, 라이프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바꾸고 이사회 의장에 취임했다. 다름자산운용 설립자인 남두우 대표와 ‘이채원 키즈’로 불리는 강대권 전 유경PSG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가 공동으로 대표를 맡았다. 강 대표가 설립한 보이저홀딩스가 라이프자산운용의 지분 58%를 보유하고 있고, 남두우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86.54%에서 42%로 낮아졌다. 라이프자산운용은 국내 최초로 ESG 기반의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를 표방했다.
설립과 등록 등을 컨설팅해 주는 업체도 성업 중이다. 특히 운용사 등록신청을 할 때 사무실 배치도를 비롯해 전산시스템, 통신수단, 사무장비, 보안설비 설치 등 세세한 내역까지 서류로 제출해야 하고 갖춰야 할 요건도 까다롭기 때문에 컨설팅을 의뢰해오는 곳이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서류제출 미비로 보완 요구를 받으면 등록이 또 한참 밀리기 때문에 첫 제출때 완벽하게 갖추려면 수천만원을 쓰더라도 컨설팅을 받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컨설팅업체는 공용 오피스 형식으로 한 공간에 예비 운용사와 자문사를 입주시켜 인큐베이팅을 돕기도 한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등록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 컨설팅을 받으러 왔다가 차라리 기존 운용사 중에 매물로 나온 곳이 있는지 알아봐 달라는 요청도 많이 한다”며 “의도치 않게 M&A 중개업무로까지 영역이 확장됐다”고 말했다. 이어 “매물은 거의 없는데 사겠다는 이들이 많으니 운용사나 자문사 몸값도 올라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문사는 자본금 2억5000만원이면 설립 가능한데 보통은 자본금의 두 배 가격에 몸값이 형성됐었다”며 “다만 공모주 수요예측 참여 목적이 큰데 참여 조건이 강화되면서 규정개정을 추진하기 전에 자문사를 매각한 이들이 승자라는 평가도 있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