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금리 인상시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경기침체 신호인가?
by이윤화 기자
2022.04.08 05:00:00
美연준 강력한 긴축 예고, 국내물가 급등
한은 2분기 중 기준 금리 추가 인상 예상
10년來 최저치로 좁혀진 장단기 금리 차
경기침체 수준의 차이, 소비 위축 불가피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돈줄 죄기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국고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르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여 조속한 금리 인상에 국고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장단기 금리 역전은 흔히 경기침체 신호로 읽히고 있어 경기침체 우려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물 지표인 3년물과 향후 경기를 반영하는 10년물 금리는 6일 0.188%포인트로 좁혀져 2019년 10월 10일(0.183%포인트)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소폭을 나타냈다. 장중엔 3년물 금리가 3.0%까지 고점을 높이며 2013년 12월 12일(3.006%)이후 처음으로 3%를 넘어 금리 차를 더욱 줄였다.
미국에선 이미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났다. 지난 1일과 4일(현지시간) 미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각각 0.073%포인트, 0.026%포인트 앞섰다.
연준이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 월 950억달러(약 116조원) 수준의 양적긴축(QT)과 정책금리 0.50%포인트 인상의 빅스텝을 병행할 것을 예고하면서 미국의 경기침체 논란이 거세졌고 연준의 긴축 가속화에 한은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나라도 3월 물가상승률이 4.1%를 기록 10년 3개월래 최고치로 올라섰기 때문에 금리 인상을 망설일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한은이 이달 금리를 올리면 3년물과 10년물 금리가 역전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 최대 50조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집행에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10년물 금리가 더 오를 수 있어 금리 역전 가능성이 생각보다 크지 않단 반론도 나온다.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보다 국채 매각 등 양적긴축에 더 속도를 내면서 6일(현지시간) 미국의 10년물 금리가 2년물보다 높아졌는데 이런 부분이 우리나라 10년물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7일엔 3년물과 10년물 금리차가 0.223%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문제는 금리 역전 자체보다 이후 나타날 수 있는 경기침체 가능성이다. 역사적으로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 통상적으로 1년후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11월부터 2008년 7월까지 간헐적으로 3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는데 실제 2008년 9월 세계 4위 은행 리만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미국의 경우엔 세계 2차대전 이후 10번 정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일어났는데, 1966년과 2018년 정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년 이내 경기침체가 뒤따랐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미 국고채 장단기 금리차는 10년래 가장 적은 수준인데 연준의 통화정책 긴축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장단기 금리 역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면서 “금리 역전이 반드시 경기 침체를 동반한 것은 아니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경기를 어느 정도는 내어주는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례없는 속도의 통화정책 긴축에 따라 기준금리가 오르고 시장 금리가 따라 오르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면서 “설령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정도의 차이일 뿐 경기 침체를 피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론 장기 금리가 떨어지면서 역전이 일어나는데 이번엔 단기 금리가 더 급격히 오르는 형태라 조금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유동성이 축소되는 국면에서 아무리 추경을 한다고 해도 소비가 위축되지 않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