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상윤 기자
2022.04.07 05:00:00
[공정위 특사경 도입 논란]②
법무부, 인수위에 공정위 특사경 도입 보고
경성담합 외 부당내부거래도 수사할지 촉각
헌재 "공정거래사건은 행정처벌이 우선" 판시
재계 "기업프랜들리 윤석열 정부 기조와 위배"
[이데일리 김상윤 조용석 기자] “공정거래법은 구겨진 도화지를 다시 바르게 펴는 작업을 한다면, 형법은 구겨진 부분을 잘라내는 역할을 합니다.”
경쟁법 학자는 대체로 공정거래법과 형법의 차이를 이처럼 표현한다. 공정거래법 1조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질서를 확립하고 소비자를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죄자를 구속하거나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시장경쟁을 회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법을 집행한다. 그러다 보니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재 방식도 기업에 대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등 행정처벌이 핵심이고, 검찰 고발은 부수적 수단으로 활용한다.
반면 형법은 기소를 통한 개인 구속 및 벌금 부과 등 형벌제재가 핵심이다. 애초부터 DNA가 다른 법이지만, 다른 경제 관련 법과 마찬가지로 공정거래법 대부분 조항에는 형벌이 규정돼 있다. 공정위가 고발을 적극적으로 행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번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자는 논란이 불거지고 최근에는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6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검찰의 지휘를 받는 특사경 제도를 공정위에 도입하는 방안, 대검찰청에 일선청 수사를 지휘하는 반독점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 등을 보고했고, 인수위에서 이를 국정과제로 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사경은 행정기관이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각 지방경찰청장이 고발권 및 수사권을 일반 행정 공무원에게 부여한 제도를 말한다. 공무원에 경찰 권한을 부여하거나 수사 경험이 많은 경찰 등이 파견돼 수사팀을 꾸리고 검찰의 지휘를 받는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특사경을 적용하는 분야가 공정거래법에 국한할지, 하도급법, 소비자보호법 등 관련법까지 확장할지, 공정거래법 중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국한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 검찰 측 관계자는 “일단 공정위에 특사경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만 올렸을 뿐 세부안은 정해진 건 없다”고 했다.
특사경을 도입하자는 배경에는 공정거래 관련 불법행위를 형사처벌로 다루는 게 보다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후 기업 자료를 압수수색한 뒤 신속하게 불법행위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특히나 검찰은 입찰담합 등 경성담합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쟁상황 등 여러 요건을 따지기보다는 담합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위법으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에 까다로운 경제분석(해당 행위가 시장경쟁을 훼손한지를 따지는 작업) 없이 신속하게 형벌로 처벌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상대적으로 증거가 확고할 경우 위법 판단을 내리기 쉬운 경성 담합(가격담합, 공급제한, 시장분할, 입찰담합)에 한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기로 합의를 했던 만큼 특사경 도입 역시 경성담합 중심으로 도입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2020년말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이 통과될 때 재계 반발과 함께 검찰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진다는 이유로 이 같은 합의안은 배제됐다.
여기에 부당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는 배임·횡령의 `동전 앞뒤`처럼 연결된 문제라 검찰 쪽에서는 이 분야에 대해서도 특사경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측 관계자는 “경제분석이 필요한 부분은 공정위 전문영역이지만, 경성담합, 부당지원 행위 등에서는 검찰도 같이 관여하면서 증거자료를 신속하게 압수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라고 귀띔했다. 기업에서는 이를 두고 대기업 총수 관련 불법행위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게 검찰의 속내라고 주장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