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소송 중 남편 몰래 아들 전입신고한 엄마…대법 "사회상규상 적법"
by하상렬 기자
2021.12.27 06:00:00
1심 실형 선고됐지만, 항소심서 뒤집혀
"보육 목적…법익 침해 있지만, 보호이익 우선해야"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보육을 목적으로 이혼 소송 중 남편의 인장을 위조해 30개월 된 아들을 전입신고한 어머니에 대해 형사 처벌을 내리는 것은 사회상규에 반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인위조, 위조사인행사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5년 10월경 이혼 소송 중인 남편 B씨 몰래 30개월 된 막내아들 C군의 전입신고서를 작성하는데 사용할 목적으로 B씨 명의 인장을 조각한 뒤, 바로 주민센터에 방문해 B씨를 세대주로하는 C군의 전입신고서에 해당 인장으로 도장을 찍어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 대해 유죄로 판단,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B씨로부터 명시적·묵시적 승낙을 받지 못했고, 승낙이 어려운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B씨 명의의 사인을 위조해 행사한다는 점에 대한 범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힌다. 항소심은 A씨가 친모로써 당시 건강이 좋지 않았던 C군을 어린이 집에 보내는 등 복리를 고려해 한시적으로나마 돌보기 위해 B씨 명의 인장을 조각·사용한 것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무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20조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정한다. 법질서 전체의 정신이나 그 배후에 놓여 있는 사회윤리 내지 사회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로서는 C군을 대기 없이 어린이집에 우선등록하려면 전입신고가 필수적이었다. A씨로서는 긴급하게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친권을 혼자서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며 “A씨의 인장 조각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봐야 하므로 형법 20조에 따라 이를 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씨가 인장을 위조했다는 법익침해가 있었지만, 반대 측면에서의 보호이익으로서는 C군의 복리가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셈이다.
재판은 상고심까지 이어졌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이 형법상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