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폭락에 2030 패닉 우려…암호화폐 세금 신중해야”
by최훈길 기자
2021.11.05 05:00:00
[만났습니다]윤석열 캠프 김소영 서울대 교수 ①
“부동산·주식·가상자산 불안, 차기정부 리스크”
“금리 3%대까지 오를 것, 무리한 과세는 안 돼”
“주식 장기투자에 혜택, 자영업 파격 지원할 것”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가상화폐(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는 신중해야 합니다. 2030 청년 투자자 보호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경제 간사(총괄)를 맡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4일 서울 용산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가상화폐 과세 수위를 낮추거나 유예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한국은행 조사국 자문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국제결제은행(BIS) 자문역 등을 맡으면서 ‘시장’을 잘 아는 손꼽히는 이코노미스트다.
기획재정부, 국세청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을 통해 벌어들인 순수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20%만큼 과세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에서는 과세 유예론이 제기된다. 윤석열 캠프 김 교수도 무리한 과세를 하지 말고 신중한 판단을 촉구한 것이다.
김 교수는 다른 자산과의 과세 형평성 문제도 잘 생각해야 하고, 갑작스러운 가상자산 과세 도입이 단기적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부동산 폭락이 우려되고 주식, 가상자산도 불안해 내년에 ‘자산가격·금융 리스크’가 제일 걱정된다”며 “2030 청년세대가 영끌, 빚투로 대거 투자한 상황에서 내년 1월부터 가상화폐 과세까지 도입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 영끌해서 투자한 2030 청년들의 패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2023년 이후 기준금리가 3%대까지 꾸준히 올라가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가 가상화폐 세금을 걷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보다는 투자 사기 등 불법 행위를 단속하고 소비자 보호부터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동산 폭락이 우려되고 주식, 가상자산도 불안해 내년에 ‘자산가격·금융 리스크’가 제일 걱정된다”고 말했다. △1967년 서울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고려대 경제학과 부교수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국, 경제연구원, 외자운용원 자문교수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한국한미경제학회 회장 △국제결제은행(BIS) 자문역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자문단 경제 간사(경제 총괄)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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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전반적으로 시장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최저임금부터 임대차3법 등을 비롯해 부동산 대책까지 그렇다. 시장을 무시한 것인지, 몰랐던 것인지 결과적으로 전혀 시장의 반작용을 고려하지 않았다. 정책 실패 후 보정을 시도했지만 계속 시장의 반작용을 고려하지 못해 이마저도 실패했다. 그 결과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소득주도성장은 대표적인 실패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극소수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가져다 쓴 것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동소득이 늘면서 경제성장을 한다는 게 소득주도성장이다. 하지만 성장 효과가 없었을뿐 아니라 분배 개선마저 실패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저소득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피해를 봤다. 어려운 계층이 더 힘들어졌다.
혁신성장 캐치프레이즈는 맞는 방향이다. 기술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절한 혁신성장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은 1970년대 식의 정부 주도형 경제였다. 정부가 재정을 퍼붓는 물량 위주 정책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기술발전과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제환경과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혁신과 제도혁신으로 시장에서 기업들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제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 노동시장도 어느 정도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 혁신을 이룰 수 있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교육 혁신도 필요하다.
공정경제도 제대로 안 됐다. 오히려 불평등, 양극화가 심해졌다.△상당히 무리한 확장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내년에 처음으로 50%를 넘는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게다가 재정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했다. 대표적인 것들이 무리한 경기 부양책, 공공일자리 등이다. 공공 일자리는 생산성 있는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국가채무 수준이 지금 당장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이대로 가면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비대해질수록 민간은 쪼그라들고 활력을 떨어지게 된다. △두 가지다. 첫째는 자영업 리스크다.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고 빚을 지고 있다. 위드 코로나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해도 빚을 당장 갚을 수 없다. 올해 하반기에 손실보상을 해줘도 부족하다. 빚이 많이 축적됐고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자영업자에 대해 어떠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로는 가계부채와 자산가격 리스크다. 가계 부채가 많이 축적이 돼 부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부동산 폭락을 배제할 수 없다. 20년 전 일본처럼 폭락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가상화폐, 빚투, 영끌 등 자산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 주식, 암호화폐 등에 투자할 때 이러한 면에 유의해야 한다.
△올해 4%대와 내년 2~3%대를 기록하더라도 그 이후 2%나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향후 10~20년 후에는 0%대로 성장률이 추락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과거의 성장 방식을 전환하지 않으면 계속 성장률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지금 위기다. 저성장 고착화는 우리나라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다. 혁신이 필요하다. 기술발전을 하고 시장의 창의성을 높이는 방안이 필요하다.
|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 1월 암호화폐 과세 관련해 “과세보다는 투자자 보호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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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첫째는 자영업 파격 지원이다. 차기정부가 출범하면 100일 이내에 코로나 특별본부를 설치해 자영업 긴급 지원을 할 것이다. 신용회복, 재창업, 재취업, 채무조정, 무료 교육, 생계 지원, 세금·공과금·임대료 경감 등을 추진할 것이다. 앞으로 경제위기 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한 기금도 만들 것이다.
둘째로는 보다 전체적인 비전으로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을 꾀할 것이다. 성장과 분배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경제 문제다. 그럼에도 둘다 제대로 이룬 기존 정부는 없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도 분배도 제대로 안 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전환 성장이라는 언급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분배에 더 관심 있는 국가주도성장이다. 홍준표 후보는 성장 쪽에 편중돼 있다. 하지만 윤석열 캠프는 성장과 복지를 모두 달성할 것이다.
셋째로는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이다. 문재인 정부처럼 정부 재정으로 만드는 공공일자리가 아니다. 그러한 일자리는 좋은 일자리도 아니고 재정이 계속 소요되므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시장이 중심이 되고 정부가 돕는 경제 생태계를 확립해 창업, 기업 성장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것이다. 양질의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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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계획 없이 푼돈 재정을 시도 때도 없이 뿌리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는 재정을 사용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윤석열 캠프는 형태는 비슷해도 미래 비전을 세우고 계획성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한두푼 지원하는 것 보다는 자영업자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자생력 있게 높은 수준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대책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도입에 반대한다. 이재명 후보 식의 기본소득은 성장정책도 복지정책도 아니다. 목돈이 될 수 있는 돈을 푼돈으로 지급하고 마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기본 소득이 아니라 기본 용돈, 기본 푼돈이다. 그렇다고 기본 소득의 액수를 대대적으로 늘린다면 국가 부채의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막대한 조세 부담으로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취약 계층의 복지 혜택을 오히려 줄게 만들 것이다.
△최근 가상화폐, 주식 등 자산 가격이 급등했다. 이중 적어도 일부분은 코로나 위기 이후 광범위하게 공급된 유동성에 의해 뒷받침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 긴축적 금융 정책 등을 통해 유동성과 신용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지만, 급격한 출구 전략으로 자산 가격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면에 유의해야 한다.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보다 생산적 경로로 흐르도록 하고, 점진적인 출구 전략이 바람직하다.
주식은 장기투자에 대해 양도세를 덜 내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장기투자에 대한 세 혜택이 있다. 주식 장기투자가 많아질수록 기업의 자금 조달 등 경제 전체적으로도 긍정적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