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만큼 무서운 ‘바닷가 백중사리’ 조심하세요
by최훈길 기자
2021.08.23 05:00:00
[기고]김도훈 보령해경 기획운영과장
해수면 높이, 가장 높아지는 백중사리
가을 태풍까지 겹쳐 침수·고립 사고
인명 피해 없도록 철저히 예방·구조
[김도훈 보령해양경찰서 기획운영과장] 매월 음력 15일 보름달이 뜬다. 우리나라는 보름달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 보름달을 보고 기도를 하며 소원을 빌고 몇몇 보름일은 명절로서 특별한 날로 여긴다.
특히 이 중에서 음력 7월 15일은 백중(白中)날이다. 보통 양력 8월 말에서 9월 초순 사이에 해당하는데 이날은 농민들이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는 날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고유명절이다. 불교에서는 제를 올리는 날로 백종일(白種日)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조금 더 살펴보면 백중을 앞두고 보통 농촌 지역에서는 마지막 논매기가 끝난다. 백중날이 되면 고된 농사에 지친 일꾼들을 위해 주인집에서 넉넉하게 술과 고기 등 음식을 마련해 고생한 머슴들에게 베푸는가 하면 굿놀이·가마타기와 같은 백중놀이를 하며 마을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머슴들에 돈을 쥐어주며 외출을 하도록 해 하루를 푹 쉬게 베풀기도 했다고 한다.
| 해양경찰이 좌초된 선박에서 선원들을 구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
|
하지만 육지의 축제분위기와는 다르게 해안가에서는 밀물과 썰물의 영향으로 수해(水害)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름달이 뜨는 매월 음력 15일은 태양-지구-달이 일직선에 놓이는 날이다. 해수면의 높이가 가장 높은 만조와 가장 낮은 간조 때 해수면의 차이가 가장 큰 밀물과 썰물이 차가 가장 큰 ‘사리’(대조) 현상이 일어난다.
특히 음력 7월 15일 전후 3~4일의 사리는 1년 중 해수면의 높이가 가장 높아지는 시기다. 백중날과 사리의 합쳐진 말로 ‘백중사리’라고 불린다. ‘칠월 백중사리에 오리다리 부러진다’, ‘백중에 바다 미역하면 물 귀신 된다’는 속담은 바닷물의 흐름이 그만큼 거칠고 세차 백중사리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백중사리 시기에는 해수면이 크게 상승해 해수 범람으로 해안가 인근의 도로와 저지대 주택, 차량·선박이 침수되는 재산 피해가 속출한다. 갯벌과 갯바위에서는 밀물 썰물의 시간을 인지하지 못해 고립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백중사리와 가을 태풍까지 겹친다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서해안의 경우 수심이 낮고 섬이 많은 특성으로 조차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 보령 지역의 경우 지난 5년간 백중사리 기간 동안 발생한 연안안전사고를 살펴보면 갯바위와 갯벌 고립사고 4건, 해수욕장 익수사고 3건 등 총 13명, 7건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보령시 오천항은 이 시기에 저지대 해수 범람이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다. 또한 오천항은 마리나항으로서 수상레저를 즐기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항구에서 레저 보트를 견인하기 위해 많은 차량이 저지대에 대기하고 있어 침수 피해 우려가 큰 장소다.
이러한 피해 예방을 위해 보령해양경찰서는 보령시 등 유관기관과 함께 항·포구 및 해안가 저지대 등 피해 우려가 큰 장소를 사전에 파악했다. 항구에 계류돼 있는 선박의 홋줄 고정상태, 차량 침수 등을 수시로 확인했다. 이어 갯바위와 갯벌 고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순찰활동을 지속해 단 한 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및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 백중사리 기간(양력 8월22일) 이후에도 막바지 휴가를 즐기러 해안가, 해수욕장에 등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의 수호자 해양경찰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수난재해에 대비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 김도훈 보령해양경찰서 기획운영과장. (사진=보령해양경찰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