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MZ]꿩대신 닭?…정부, 신용대출부터 규제할 듯

by노희준 기자
2021.08.05 05:00:00

가계부채 연 5~6% 목표치 선언한 당국
7월 가계대출 실수요 성격 전세대출 및 정책 모기지
빚투 이어지는 신용대출 한도 축소나 금리 상승할듯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정부의 적극적 관리 속에도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잔액이 700조원에 육박하면서 금융당국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주택 및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전세대출이나 정책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증가가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자금은 실수요 성격이 짙어 무조건 대출 옥죄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빚투’(빚내서 투자)로 이어지는 신용대출이 주된 관리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용대출 금리 (자료=한은 ECOS)
4일 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7월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2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2009억원(0.9%) 늘었다. 전월 대비 증가액으로는 지난 4월 9조2266억원을 제외하고는 최대치다. 또 이례적 감소세였던 5월(마이너스 3조546억원)에서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6월(1조2996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상승세이자 증가폭도 더 커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489조5837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8237억원(0.8%) 늘었다. 지난해 11월(0.89%)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신용대출 잔액 역시 140조8930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8636억원(1.34%) 증가했다. 신용대출 역시 지난 4월 올해 최대 증가치 6조8401억원(5.05%)를 기록했다가 5월 감소(-2.63%) 이후 다시 늘었다.

금융당국은 이 중 신용대출 증가에는 카카오뱅크 등 공모주 청약을 위한 일회성 성격이 더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공모주 배정 뒤에는 상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 5월에도 기타대출은 4월말 인출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청약증거금이 환급되면서 6조2000억원이 감소한 바 있다.



관건은 주택담보대출이다. 특히 전세대출이나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 등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주택거래도 계속되고 있고 전세값 상승에 따라 전세 수요가 늘고 있어 (주택담보대출은) 관리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하지만 여러 관리 노력으로 목표치(연 가계대출 증가율 5~6%)는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만 보더라도 118조3064억원으로 6월말보다 1조9728억원 늘었다. 전월대비 전세대출 증가폭은 5월(1조7745억원), 6월(1조5814억원) 2조원대를 하회하다가 2~4월의 2조원대로 복귀하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런 전세대출과 주택금융공사의 정책 모기지가 실수요 성격도 있어 당국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주택 투기와 관련 없는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 대한 자금 공급은 지속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실수요와 무관한 부동산 관련 대출은 더욱 촘촘하게 감독하는 동시에 공모주나 코인 등의 빚투로 이어지는 신용대출을 우선 중요하게 관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다른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업권과 관계없이 신용대출을 관리하는 게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라며 “은행이든 저축은행이든 신용대출이 과도하게 나간 곳은 관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대출이 우선 관리대상이 된다면, 금융권은 한도 축소나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미 예금은행의 일반신용대출 금리는 6월 3.75%로 전월대비 0.06%포인트 오르면서 2020년 1월(3.83%) 이후 1년 5개월만의 최고치로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