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양지혜 기자
2021.05.28 00:35:59
반려가구 증가에 따라 '펫샵 금지' 목소리↑
加·獨 법적으로 동물 복지 보장... 분양은 펫샵 아닌 보호소에서
英, 2018년 법 개정 통해 사육사 면허 등 '허가' 필수
日, '동물애호관리법' 따라 한국보다 엄격하게 운영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점점 늘고 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반려가구는 604만 가구로, 한국 전체 가구의 29.7%를 차지한다. 또한 반려인은 1448만명으로 한국인 4명 중 1명 이상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반려인구가 늘면서 반려동물 입양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3일 일명 '강아지 공장'이라 불리는 불법 번식장에서 구출한 강아지의 입양을 독려하는 기사에서는 "강아지 공장을 부추기는 펫샵은 없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누리꾼들은 외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캐나다에 와보니 아예 펫샵이 없다"며 "반려견을 분양받으려면 정식분양 인증을 받은 곳에 연락해서 대기하거나 개인끼리 입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댓글을 본 다른 누리꾼들은 가장 많은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제발 독일처럼 법이 강해져야 한다"며 동물법 개정을 촉구했다.
펫샵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는 만큼 캐나다·독일 등 외국의 펫샵 유무에 대한 사실을 확인해봤다.
'캐나다·독일 등의 국가에는 펫샵이 없다?' → '대체로 사실'
가장 먼저 댓글에서 주장한 캐나다의 사례를 살펴보았다.
캐나다는 주(州)에 따라 현황이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펫샵'에서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온타리오 주법에 따르면 강아지 공장과 같은 불법 번식장을 운영한 사람은 최대 벌금 6만 달러(약 6000만원), 징역 2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또 법을 반복 위반했을 경우 평생 애완 동물의 소유를 금지하거나 사육할 수 있는 동물의 수를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토론토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소매업자는 지자체 동물보호소, 동물 보호단체, 양육을 포기한 소유자로부터 동물을 데려와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강아지 공장에서 동물을 얻어 펫샵을 여는 것은 불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보통 동물학대방지협회(SPCA,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를 통해 반려동물을 얻는다. SPCA는 동물학대에 맞서는 비영리 동물 단체로, 캐나다 정부와 함께 동물보호법 제정에 힘을 쏟는 등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현재 SPCA에서는 동물의 중성화 프로그램 및 입양 등을 담당하고 있다.
퀘벡주 역시 지방의회에서 '동물 복지 및 안전법(ANIMAL WELFARE AND SAFETY ACT)'을 규정하고 있다.
이 법에는 '인간은 동물 복지와 안전을 보장할 개인·집단적 책임을 갖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국가는 동물 복지와 안전을 보장하고 효과적인 법적 및 행정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동물의 소유자 및 관리자는 동물의 복지와 안전이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만약 우리나라의 강아지 공장처럼 동물을 방치하고 필요한 생물학적 치료 등을 수행하지 않으면 동물의 복지 또는 안전이 손상된 것으로 간주, 불법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
반면 독일은 2002년부터 '동물권'을 법에 명시하고 있다. 이때 동물권이란 '동물이 갖는 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동물에게도 인권에 준하는 권리를 인정하자는 개념이다.
실제로 독일 기본법 제20a조에서는 '국가는 입법을 통해 그리고 행정부, 사법부를 통해 법과 정의에 따라 헌법 질서의 틀 내에서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생명과 동물(und die Tiere)의 자연적 기초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은 민간의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강아지 등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등의 '펫샵'은 실질적으로 허가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동물 보호소인 티어하임(Tierheim)을 이용한다.
티어하임에서는 입양 희망자의 기본 인적 사항,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 금전적·시간적 여유 등의 심사 과정을 거쳐 분양한다. 또한 이렇게 입양한 모든 개는 국가에 등록하고 훈스토이어(Hundesteuer)라는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은 배변 등으로 더러워지는 환경을 개선하고 동물보호소의 운영을 돕는 것에 사용한다.
영국은 2018년 10월 '강아지 사육 및 판매'에 대한 새로운 법률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12개월 내에 세 마리 이상의 강아지를 사육하는 경우와 개 사육 및 판매 사업 광고 중 하나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해당 지역 당국의 허가(면허)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처럼 동물을 공개적으로 진열해 판매하는 행위나 생후 6개월 미만의 어린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한다. 이에 따라 어린 동물을 입양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전문 사육사 혹은 보호소를 활용해야 한다.
아울러 영국은 강아지 분양 환경에 대한 조건도 까다롭다. 사육자는 자신이 기른 강아지만 판매할 수 있으며, 이는 강아지가 자란 장소에서만 허용된다. 어린 강아지를 분양할 때에는 생물학적 엄마와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강아지가 충분히 사회화 되었을 때 비로소 분양이 가능하다.
일본 역시 '동물애호관리법(動物愛護管理法)'에 따라 펫샵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동법 '동물 취급업자의 규제(動物取扱業者の規制)'를 보면 제1종 동물 취급업자(동물의 판매, 보관, 대출, 훈련, 전시, 경매 알선, 양수 사육을 영리 목적으로 업으로 실시하는 자)는 동물이 원활히 생활할 수 있는 기준 등을 충족한 후 관련 도시의 장의 등록을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일본의 펫샵은 보다 동물들이 생활하기 좋은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게 안에 동물들이 활동할 수 있는 놀이터 등의 공간을 갖추고 한 마리당 1인실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정부 규제에 따라 펫샵과 사육자 등은 관리비와 세금을 많이 부담하며, 보통 반려동물은 300만~1000만원 정도의 고가로 분양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캐나다·독일 등의 국가에는 펫샵이 없다'는 누리꾼의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다.
캐나다와 독일 등에서는 비영리단체나 동물 보호소 등을 통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영국 역시 동물 판매를 위해서는 관련 면허가 필요하며, 한국처럼 어린 동물을 판매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경우 한국과 유사한 형태의 '펫샵'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국내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
/ 양지혜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