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칼럼]여러분 회사의 업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by김정유 기자
2021.01.31 06:00:00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미국 상무부의 통계로, 매년 약 백만 명 이상이 창업을 하지만 이중 10년 이상 생존할 확률은 단 4%에 불과하다. 창업기업 중 40%가 1년 안에 문을 닫는다. 창업 5년만에 80% 이상이 문을 닫는다. 이렇게 살아남은 기업 중 80%가 그 다음 5년 안에 문을 닫는다. 창업기업중 10년 이상 생존확률은 단 4%에 불과했다. 이 4%의 살아남은 기업들은 누구인가? 끊임없이 꿈을 만들고 이를 실현시킨 기업가가 있는 기업들이다.기술만 키운 회사보다 꿈에 도전한 회사들이었다. 이들 기업에는 일을 집행하는 사람, 최고집행책임자 CEO가 아니라 꿈을 꾸는 기업가, 즉 CDO(Chief Dream Officer)가 있다.
이들은 제품을 만드는 기술자를 넘어, 시스템을 만드는 관리자를 넘어 변화하는 시장을 불평하지 않고 기회로 만든 기업가들이었다. 기업가는 제품보다 고객들의 욕구변화에서 기회를 발견한다. 시장변화는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기회로 포착한다. 결국 기업가들은 세상문제를 해결하는 꿈을 꾸고 기술과 관리를 섞어서 신화를 만들었다. 이상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기업의 노하우를 찾아온 마이클 거버(Michael E. Gerber)의 ‘다시 보는 기업가 신화(The E-Myth Revisited)’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10년 이상 생존확률이 단 4%에 불과한 창업세계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기업가의 관점에 사업을 유지한 반면, 생존에 실패한 창업기업들은 ‘기업가의 관점’이 아닌 ‘기술자의 관점’으로 사업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업이란 ‘기(企:기획할 기)+업(業:일/행위)’의 복합어다. 기업가란 업을 기획하는 사람이다. 업(業)이란 인간의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 일인 사명(Mission)이나 사회를 위해 일해야 하는 소명(calling)을 말한다. 기업은 세상의 문제를 소명으로 알고 가장 효율적으로 풀어가기 위한 사명을 가진 존재다. 콜린 메이어(Colin Mayer) 옥스퍼드 경영대학원 전 학장의 정의에 의하면, 기업의 목적은 사람들과 지구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생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다.
업(業)은 기업에서 사람들을 통해서 미션과 비젼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기업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자체가 아니라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기업에는 기업가,관리자,기술자가 있다. 기업가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은 바꿔보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꿈을 위해 새로운 기술, 새로운 제품으로 혁신을 시도한다. 기업가들이 추구하는 사업에서는 고객은 언제나 기회다. 고객은 언제나 새로운 욕구가 생겨나고, 기업가는 그 욕구를 찾아내기만 하면 성장의 기회가 됐다. 그러나 기술자들이 추구하는 사업에서 고객은 늘 골칫거리의 대상이었다. 고객은 기술자들이 엄청난 노력으로 만든 아이디어와 원가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고 불평만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술자는 고객보다는 제품만들기에 초점을 뒀고, 기업가는 제품보다는 고객들의 요구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제품은 고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술자를 위한 것이고, 제품만들기에 사업을 집중하는 기술자들은 고객이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기술자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생존에 성공한 기업과 실패한 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됐다.
피터 드러커의 최고의 질문중 첫 번째가 ‘What is our Mission?’(우리회사의 업/미션은 무엇인가?)이다. 미션이 있어야 비전이 생기고, 고객이 보이기 때문이다. 미션이란 업을 말한다. 업(일 業)은 단순히 일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과 고객들에게 주어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다. 업이란 하늘에서 내려준 일이라는 의미의 라틴어 mitto에서 파생된 mission(사명)을 뜻한다.
기업의 미션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기업의 마케팅은 미션스테이트먼트 이 한 문장에서 시작해야 한다. Hit Refresh(새로 고침을 눌러라)! 세상의 변화에 따라 사명(업)을 업데이트하라.
피터 드러커는 미션을 5-6년에 한 번, 0점으로 놓고 업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전환기일수록 고객과 사회의 요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션은 고객과 사회와 관련해 정의돼야 방향이 명확해진다. 미션재정의로 새로 부활한 회사가 마이크로 소프트(MS)다.
빌게이츠 시대의 MS 미션은 ‘모든 가정과 책상에 컴퓨터두기’(a computer on every desk and in every home)였다면, 사티아 나델라 시대의 미션은 ‘다른 사람에게 권한을 위양하기’(Empowering others)다. 오늘날 미션은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모든 조직이 더 많은 것을 달성 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양해주는 것’(to 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on the planet to achieve more.)이다.
그 결과 관료화되고 부서관 경쟁과 갈등이 심각했던 MS 조직원들이 ‘공감’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기술을 연결해 협력과 시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조직문화에서 사람들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 ‘모든 것을 아는 사람들’에서 ‘모든 것을 배워야 하는 사람’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결과 폐쇄적인 MS의 권위적인 문화가 바뀌고 협력과 연결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기업으로 고객의 사랑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우리 회사의 업은 무엇인가? 우리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 회사의 일과 행동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 미션은 행동의 이유이자, 기업존재의 이유이자 존재의 목적이다. 이 미션이 달성될 때 기업은 존재할수 있게 된다. 자동차 산업의 기업들은 왜 이 사업을 해야 하는가? 이 사업이 미래의 고객들이 원하고 있는 것일까? 탄소경제가 저물고 있는 이 시점에서 기존 미션을 0점으로 놓고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우리 기술은 디지털시대와 그린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을 해결하고 있는 것일까? 업의 본질이란 ‘고객이 우리 기술과 제품을 사야 할 이유(value)’를 주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왜 이 제품을 사야 하는가(value)?’에 대한 답을 주는 것이다. 여러분의 회사는 이 질문에 10점만점에 몇점을 줄수 있을까? 이것이 ‘업(業)의 개념과 본질’를 탐구하는 과정이다.고객의 욕구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객의 변화를 불평하지 말고 기술혁신의 기회로 만들어가야 한다. 변화에 대한 개선노력이 없으면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
업의 본질이 잘 정의되고, 그 본질에 충실할수록 고객이 느끼는 제품의 가치(value)는 더 커진다.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은 건어물 장수에서 생선장수로 바꿔 성공한 삼성전자와 반도체의 도약을 이끌었다. 전자 제품은 싱싱한 생물일 때 가치가 있는 것처럼, 출시 후 빨리 팔고 재고는 곧 비용이 된다고 본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선은 부패하는 것처럼 재고는 곧 가치급락을 의미한다. 이러한 업의 본질에 대한 정의가 오늘날 세계적인 삼성전자의 혁신경쟁력을 만들었다.
자동차 산업의 미션과 업의 본질이 100년만에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산업의 업의 본질은 생산과 공급이었다. 이렇게 공급된 전 세계 10억여만대의 자동차중 오직 4%만 지금 이 시간에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이동의 가장 편리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자동차는 비싼 주차장에 머물고 있고, 교통체증과 과도한 주차장비용, 지구 온난화와 원인제공자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동차는 소유하기 보다 공유하여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이동수단을 제공하는 우버와 같은 플랫폼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결국 자동차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이동서비스의 수단 중의 하나가 돼야 하고, 소유경제는 공유경제로 바뀌고 있다.
이제 자동차만 제조해서는 고객의 환호를 받는 시대가 지나고 있다.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싸게 만들어 공급할 것인가보다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더 유용한 이동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가 기업의 미션이 되고 있다. 이것이 자동차 산업의 모빌리티화다. 자동차 회사들의 업의 본질은 자동차 제조와 판매회사가 아니라 이동서비스회사가 돼야 한다. 요약하면 자동차산업 업의 본질의 모빌리티서비스화 즉 ‘MaaS’(Mobility-as-a-Service)이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포드,도요타자동차도 이제 자동차를 제조하는 회사가 아니라 모빌리티기업(mobility company)으로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업의 본질이 제조회사에서 이동서비스회사로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회사들이 자율주행, AI, 로봇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이유다. 만일 완전한 자율자동차가 개발될 수만 있다면 24시간 내내 활용이 가능하므로 효율성은 급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서비스의 변화는 우리들의 일상생활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하루 1시간 이상의 출퇴근시간을 소요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자율주행의 MaaS는 시간낭비와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활용하는 즐거운 체험의 시간과 공간이 되도록 해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는 업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일의 기획이란 미래에 대한 이미지(image:큰 픽처)와 비전(vision)를 상상하는 것이고(imagination), 이 상상을 해결해보자 하는 꿈을 꾸는 것(dreaming)이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비전공유하기(envisioning)이다. 인비저닝(envisioning)은 ’en(안에)+ 비전(vision)‘의 복합어이다. ‘지속적으로 비전공유하기(envisioning)란 기업의 미래비전(vision)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오도록(en)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영감을 주는 것이다. 조직의 구성원들의 조직의 미래비전을 공유하고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때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창업기업이 오랫동안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비전공유하기가 필요하다. 성공한 기업가는 한번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꿈과 비전을 지속적으로 조직에 내면화하고 공유하려고 하는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에 따르면, 모든 비즈니스는 반드시 위대한 미션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가는 잔기술보다 세상을 바꿀 거대한 전환의 목표로서 큰 꿈인 거대전환목표(Massive Transformative Purpose)에 도전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작은 기술혁신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는 혁신하는 조직을 만들어갈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