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10th] "한국, 유전자편집기술·혼합현실 등 신기술 주목해야"
by박철근 기자
2019.05.30 06:05:00
[인터뷰]②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
기존 인재기반 맞는 기술분야 집중 필요
블록체인·암호화폐 기술 초기 단계 불과
"자동차도 120년간 기술개발 이어온 것"
|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이 지난 2015년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회 세계전략포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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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한국은 인재가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미래 유망산업인 CRISPR(유전자편집기술), 실시간 언어번역, 혼합현실(현실+가상현실) 등과 기존 인재기반이 잘 맞는 기술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이데일리 전략포럼’ 10주년을 맞아 진행한 특별인터뷰에서 한국산업의 미래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그는 지난 2015년 ‘제6회 세계전략포럼’(지금의 ‘이데일리 전략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트렌드를 읽고 미래를 경영하라’는 강연으로 참석자로부터 많은 관심과 호응을 얻었다.
프레이 소장은 “한국은 새로운 트렌드를 포착하고 창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과거에 한국의 대표산업인 반도체는 단 하나로 견고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산업사회는 수십, 수백 가지의 신기술로 채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가 예상한 대표적인 신기술은 △합성생물학 △양자컴퓨팅 △혼합현실 △CRISPR △뉴로모픽 컴퓨팅(신경계 기본단위인 뉴런의 형태를 모방한 회로를 만들어 인간의 뇌기능을 모사하려는 기술) △실시간 언어번역 △유전자 기반 로봇공학 등이다.
다음은 프레이 소장과의 일문일답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다양한 신기술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어떤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지.
△미래사회에 유망한 수십, 수백 가지의 기술을 적용하는 데는 수년간의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한국은 기존 인재기반에 맞는 기술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자금이 충분해야 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파생기술에 대한 실험의지가 강한 기업가정신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블록체인기술과 관련한 국내 한 기업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특히 블록체인기술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든 신기술은 유용한 물건이 되기까지 ‘쓰레기 같은 단계’를 거치면서 발전하기 마련이다. 자동차가 유용한 기계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도 120년간에 걸친 실험과 개발을 거듭해왔다. 블록체인이나 암호화폐를 포함한 신기술의 대부분은 아직까지 매우 원시적이다. 비록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수십년 동안 이들 기술이 세상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되면서 제조업 중심인 한국도 직업·일자리 전망이 바뀌고 있는데.
△한국은 오래전부터 유망한 산업을 포착해 해당업계를 장악하는 방법을 빠르게 습득하는 신속한 추격자전략에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이 같은 전략은 훨씬 더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국가보다 경쟁력이 떨어졌다. 아직도 신속한 추격자전략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틈새시장은 있다. 하지만 퍼스트무버(시장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을 구축하고 실패를 격려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교과서적인 싸움에서 실제 길거리싸움으로 이동하는 것과 같다. 사람들은 움직이면서 규칙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50년 후에도 지금처럼 제조업을 이어가겠지만 시장선도적 사고를 사회 전반에 이식하지 않으면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 원천을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새로운 기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기회란 어떤 것인가.
△가령 자동차 관련 산업은 이제 중요한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부품업계와 서비스업 등이 영향을 받는다. 사실 자동차와 관련한 모든 일자리가 영향을 받는다. 4차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하더라도 인공지능(AI)기술은 모니터링이 필요하고, 드론은 감독관이 필요하며, 사물인터넷(IoT)에는 확인·교체·검사·세척인력 등이 필요하다. 달리 말해 운전자가 필요없는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차량을 청소하는 사람이 필요없는 것은 아니다.
-기술발달에 따른 자동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적잖을 것 같다.
△기술의존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한계도 더 생긴다. 다시 말해 더 많은 부분이 잘못될 수 있다. 현재 우리는 집안의 온도·습도·조명 등에 자동화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프로젝트 관리나 입법 결정, 법원 판결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을 AI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가 민주적인 과정에 개입할수록 주요 문제영역과 의도하지 않게 발생하는 결과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 AI는 도구로만 존재해야지 AI에 통치권한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토머스 프레이는 누구?
2006년 구글이 선정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다. 20년간 미국 IBM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미국 최고 지능지수(IQ) 소유자 클럽인 ‘트리플 나인 소사이어티’ 소속이다. 그가 작성한 미래보고서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휴렛 패커드(HP) 등 미국 유명 기관과 기업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각종 보고서와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20억개의 직업이 사라질 것’ ‘한반도는 5년 이내에 통일할 것’ 등을 예측해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현재는 마이크로대학(짧은 기간 동안 실험적인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대학)인 다빈치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실험적인 교육모델을 실현하고 있다. 최근 국내의 한 블록체인 기반 M&A(인수합병) 플랫폼 개발업체의 고문으로 위촉돼 화제가 됐다. 대표저서로는 ‘미래와의 대화’ ‘에피파니Z’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