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4구는 나야 나”…강동구에 도전장 내민 동작구

by김용운 기자
2019.05.20 05:00:00

동작구, 올해 아파트 공시가 상승률 서울 2위
강동구 하락 틈 타고 ''강남 4구'' 타이틀 노려

동작구 흑석로에서 본 흑석뉴타운 내 신축 아파트 단지(사진=동작구)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동작구가 강동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울의 ‘강남4구’는 강동구가 아니라 동작구라는 것이다. 몇년새 집값이 급등한 흑석뉴타운을 중심으로 자신들을 범강남권으로 분류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강남 4구’는 2016년 11월 국토부가 서울 내 부동산 투기 과열이 발생한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와 강동구를 묶어 분양권 전매를 금지하는 대책을 내놓으며 공식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3개구를 묶어 ‘강남 3구’로 불렀지만 정부가 강동구도 부동산 투기과열이 일어난 강남의 한 곳으로 지정하면서 강남 4구는 서울의 부동산 시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부상했다.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강동구의 강남 4구 지정은 집값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강남3구와 마찬가지로 아파트 가격을 규제할 만큼 시장 가치가 큰 자치구라는 심리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에 강동구 일대 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사업 진행과 지하철 8호선과 9호선 연장으로 강동구는 강남 생활권을 누릴 수 있는 대체 주거지로 떠올랐다.

하지만 문재인정부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9·13 대책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강동구는 재건축 규제 영향을 받은데다 입주 물량까지 몰리면서 집값 하락세가 나타난 반면 동작구는 재개발사업 중심인데다 ‘똘똘한 아파트’ 한채 보유하기 분위기를 타고 승승장구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동작구의 매매가 상승률은 2018년 한 해 동안 18.1%를 기록하며 ‘강남 4구’를 제치고 한강 이남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감정원의 매매가격지수에서도 동작구는 9·13대책 이후 8개월간 110에서 107.6으로 2.4포인트가 떨어져 상대적으로 선방한 반면 강동구는 110.9에서 106.6으로 4.3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컸다.



국토교통부의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에서도 동작구는 도드라졌다. 올해 서울 아파트 공시가는 지난해보다 14.02% 상승했다. 동작구는 서울 평균보다 높은 17.59% 올라 공시가 상승률 전국 4위, 서울 2위를 기록했다. 동작구의 시세가 오른 이유는 흑석동과 노량진의 뉴타운 사업 진행, 서리풀터널 개통 등의 교통 호재 등이 꼽힌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동작구 주민들은 강동구가 아닌 자신들의 지역이 ‘강남 4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작 을’이 지역구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며 동작구를 강남 4구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최근엔 공시가 상승을 내세우는 플래카드를 내걸어 눈길을 끌었다.

자치구들이 강남4구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강남권’이란 것만으로 얻게 되는 프리미엄 때문이다. 고가아파트, 부유층 밀집지역이란 이미지는 집값 상승을 이끄는 중요 요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시가 9억원 이상 공동주택 20만 4601가구 중 ‘강남 3구’에 있는 주택은 총 16만 2667가구다. 강남 3구에 서울지역 공시가 9억원 이상 아파트 79.5%가 몰려있다.

하지만 동작구가 강동구를 밀어 내고 강남4구 타이틀을 거머쥐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란 평가다. 강동구의 반격도 만만치 않아서다. 실제 강동구는 지난해 공시가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가 65가구였지만 올해 2977가구로 45배 폭증했다. 동작구는 지난해 19가구에서 올해 867가구로 증가했다. 강동구가 아직은 강남 3구 아파트 시세와 가깝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시장 한 전문가는 “서울의 강서구와 양천구, 영등포구는 2015년 당시 9억원 이상 아파트가 1272가구로 서울 전체의 2.5%였지만 올해는 8010가구로 7.5%의 비중을 차지했다”며 “실수요자 입장에서 무턱대고 ‘강남 4구’를 찾기보다 각자 상황에 맞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