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캉스③] 홍콩을 떠나기 전 반드시 들러봐야 할 바킷 리스트
by강경록 기자
2019.05.06 06: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홍콩의 밤거리에서는 별들이 속삭인다는 노래 가사가 있었다. 홍콩의 찬란한 야경은 지금도 그만큼 아름답지만, 2019년 홍콩에서는 별 대신 술잔이 우리를 유혹한다. 홍콩은 언제나 아시아 최고의 나이트라이프를 뽐내는 도시였다. 동양 최초의 하와이안 티키 바에서는 남태평양의 풍미를 경험할 수 있고, 세계적 수준의 바와 독특한 수제 맥주가 술꾼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요즘 홍콩에서 제일 잘나가는 트렌디 하와이안 바
‘남태평양’이라는 말에서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발 아래로 부서지는 에메럴드빛 파도, 탐스럽게 피어나는 히비스커스, 대나무로 뚝딱뚝딱 만든 해변의 바, 달콤하고 컬러풀한 트로피컬 칵테일. 호니호니티키라운지는 홍콩의 빌딩 숲 한가운데 남국의 지상낙원을 비밀스럽게 옮겨놓은 술집이다. ‘티키’는 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유행했던 폴리네시안 스타일의 바를, ‘호니’는 하와이어로 키스를 일컫는다. 호니 호니 티키 라운지는 아시아 최초의 티키 바를 자처한다. 수십 년 전의 유행이 세계적인 뉴트로의 붐을 타고 홍콩에도 상륙한 셈이다. 바 찬장에는 200종이 넘는 럼을 갖췄다. 코코넛과 파인애플 등 열대과일을 아낌 없이 쓴 칵테일 메뉴가 인기 높은데, 대나무를 깎아 만든 잔 위로는 자그마한 우산이 꽂혀 나온다. 비록 태평양은 멀리 있지만, 이쯤 되면 ‘하와이로의 하룻밤 여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여럿이 방문한다면 바카디 럼과 스파이그드 럼, 패션프루트 퓨레, 수박 주스 등을 섞어만든 6인용 펀치 호니호니올더웨이를 주문해도 좋다. ‘호니’는 하와이어로 키스를 뜻한다. 트로피컬 칵테일을 한 잔 마신 후, 야외 라운지에서 달콤한 ‘호니’의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식당에서 즐기는 캐주얼 하와이안 칵테일
뜨거운 밤이 시작되기 전 맛있는 하와이 요리와 시원한 맥주로 워밍업을 해 보면 어떨까? 포로리는 홍콩 최초의 하와이안 포케 바다. 지난 몇 해 사이 뉴욕부터 서울까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린 포케는 하와이식 비빔밥이다. 참치, 연어, 문어, 조개 등 다양한 해산물에 양파와 해초 등을 더해 각종 양념으로 버무려 먹는다. 포로리는 맛있는 포케로만 유명한 게 아니다. 하와이에서 양조한 크래프트 비어부터 다양한 럼을 사용한 티키 칵테일, 신선한 코코넛 주스까지 다채로운 하와이식 음료를 초저녁부터 즐길 수 있다. 깜찍한 파인애플 모양 통에 담겨나오는 과일 주스 P.O.G.와 이스터섬 석상 같은 칵테일 잔은 인스타그램 피사체로 최적! 바삭한 아보카도 프라이를 함께 즐겨보자. 5시부터 8시까지 이어지는 오라 타임(Ora-Time)에는 술값이 저렴하니 더움 금상첨화.
◇최고의 칵테일을 만나러 ‘고고’
홍콩에서 칵테일 인싸가 되려면. 조용하고 세련된 노호 거리에 위치한 바 ‘올드맨’이 그 정답이다. 올드맨은 최고의 스태프가 만든 최고의 바다. 랜드마크 만다린 오리엔탈과 어퍼하우스 등 홍콩에서 가장 럭셔리한 호텔 바를 지휘하던 매니저 셋이 뭉쳤다. 술을 사랑했던 소설가 중 두번째라면 서러워할헤밍웨이를 바의 컨셉트로 잡고, 헤밍웨이의 소설로부터 영감을 얻은 칵테일들을 선보인다. 칵테일 메뉴는 그야말로 독특하다. 커리 잎과 강황이 재료로 등장하는가 하면, ‘수비드’ 과정을 거쳐 달콤한 동남아 허브 향을 술에 입힌다. 대체 어떤 술이 나올지 고개가 갸웃거리다가도 칵테일을 한 입 머금는순간 놀라운 맛과 향에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진다. 바텐더들의 창조성 덕분에 2018년 올드맨은 아시안베스트바 50 어워드의 5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홍콩에서는 가장 높은 순위다. 멋진 술은 멋진 손님을 부르는 법. 올드맨의 고상한 실내는 홍콩 패피들로 밤 늦게까지 붐빈다.
◇장인의 얼음이 더해진 잔 속으로 다이빙
다이빙이라는 이름을 듣고 차가운 루프톱 수영장에 첨벙 뛰어드는 상상을 했다면 오해다. 다이빙은 ‘커다란 얼음’(大氷)의 중국식 발음이기 때문이다. 번화가의 조용한 뒷골목에 자리한 라운지 다이빙은 그 이름 그대로 얼음에 집중하는 바다. 칵테일의 주인공은 술이지만, 얼음은 그 술의 맛을 돋보이게 하기도, 망치기도 하는 존재다. 대충 얼린 여러 개의 각얼음은 술과 닿는 표면적이 넓어 쉽게 녹아버리고, 얼음에 섞인 불순물이 칵테일의 섬세한 맛을 망치기도 한다. 다이빙에서는 장인이 만든 특별한 얼음만을 사용한다. 커다란 잔에 딱 맞게 들어간 얼음은 어찌나 단단하고 투명한지, 테이블 무늬가 얼음과 글라스를 고스란히 투과할 정도다. 청량한 롱칵테일에 서서히 녹아드는 차갑고 신선한 얼음, 트렌디한 음악, 활짝 연 통창에서 흘러드는 바람까지, 다이빙은 홍콩의 여름밤을 신나게 달려보기에 최고의 라운지다.
◇공중전화 부스로 입장하는 스피크이지 바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의 호화로운 실내, 옛날식 전화 부스가 보인다. 전화기를 들고 버튼 ‘1’을 누르자 마법처럼 녹색 커튼 벽이 열리고, 25석 규모의 아담한 바가 모습을 드러낸다. 뉴욕의 전설적인 스피크이지 바 플리즈 돈 텔이 홍콩에 마침내 상륙했다. 공중전화를 완벽하게 모방한 입구부터 입장하기위한 절차, 로컬 재료를 기발하게 사용한 칵테일까지, 수많은 바 어워드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던 플리즈 돈 텔만의 미덕은 이곳에서도 여전하다. 버번 위스키에 베이컨 향을 불어넣은 벤튼 올드 패션드(Benton Old Fashioned), 멕시코 술과 패션프루트 리큐르를 섞은 메즈칼 뮬(Mezcal Mule) 등이 인기높다. 바에 들어서기 전 전화 부스에서 인스타 동영상 남기는 것을 잊지 말자.
◇홍콩에서 가장 로맨틱한 밤을 만나다
홍콩에서 가장 로맨틱한 밤이 필 프레스코 뮤직 라운지에서 기다린다. 세계적인 시티가이드매거진 ‘타임아웃’
에서 ‘홍콩의 유일하고 진정한 라이브 뮤직 바’라 극찬한 이곳에서는 도시 최고의 뮤지션들이 매일밤 무대에 선다. 옹기종기 어깨를 마주하고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작은 공간이지만, 그 친밀감이야말로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라틴, 재즈, 여성 보컬리스트 등 요일별로 테마가 있으니 홈페이지의 캘린더를 미리 확인하는 게 좋다. 특별한 공연이 열리는 날엔 티켓을 구입해야 하지만, 평소에는 별도의 입장료가 없는 것도 매력적이다. 레드 와인 글라스를 천천히 기울이며, 홍콩 최고의 뮤직 나이트를 즐겨보자.
◇최고급 오디오와 트렌디한 음악의 조화
최상급 오디오시스템과 레코드 콜렉션, 세계적인 디제이, 이국적인 칵테일. 세련된 음악 애호가라면 포테이토헤드를 단숨에 사랑하게 될 것이다. 사이잉펀의 다이닝 바 포테이토헤드는 고급 클럽들이 즐비한 발리 스미냑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무 패널과 식물로 고급스럽게 장식된 실내는 제각각 특별한 용도를 지닌 공간들로 나뉜다. 엑조르티카 바(Eksortika Bar)는 간단한 스낵과 함께 인도네시아 향신료를 재해석한 칵테일 메뉴로 유명하다. 열대 과일부터 인도네시아 고추, 칠리 소스까지 독특한 재료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칵테일 메뉴는 세계적인 바텐더 대회를 휩쓴 드레 마쏘(Dre Masso)의 작품. 바 안쪽의 레스토랑 카움(Kaum)에서는 인도네시아 요리와 칵테일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풍성한 데시벨로 울려퍼지는 디제이의 음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밤 12시까지 오픈하는 뮤직 룸(Music Room)으로 자리를 옮겨도 좋겠다. 디스코부터 재즈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빈티지 오디오로 플레이한다.
◇독특한 맥주, 홍콩 크래프트 펍
홍콩만의 독특한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면 이곳을 지나쳐서는 안 된다. 필 스트리트(Peel Street)의 가파른 경사 위에 올라선 필 65는 도시에서 가장 감각적인 크래프트 비어 펍이다. 어둑한 실내 콘크리트 벽 위에 붙인 핑크빛 네온 사인은 이곳의 트레이드마크와 마찬가지다. 중국식 꽃 차 오스만더스 티로 향을 낸 페일에일, 홍콩 사람들이 즐겨 먹는 라임 절임으로 풍미를 낸 사워 비어 등 기발한 로컬 맥주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희귀한 수제 맥주들을 골고루 갖췄다. 맥주에 곁들여 먹을 음식 또한 감각적이다. 필 65의 중국어 이름을 새겨 넣은 땅콩 두부는 반드시 먹어봐야 할 안주! 고소한 갈색 두부 위로 땅콩 나물과 마라 소스, 고수가 듬뿍 얹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