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보고서 보니…예타면제 울산·전남·경북 균형발전도 ‘낙제점’
by최훈길 기자
2019.02.18 05:00:00
역균형발전 앞세워 24조 국책사업 예타면제
지역경제 활성화지수 낙제점 사업도 예타면제
새만금공항 등 일부 사업 사업성 검토 전혀 없어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받은 국책사업들 중 일부는 경제성은 물론 정부가 예타면제 명분으로 내세운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도 낙제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몇몇 사업은 환경파괴 우려도 제기된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타에서 탈락했으나 이번 예타면제 대상에 포함된 사업들에 대한 예타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울산·전남·경북·경남지역에서 예타를 면제받은 국책사업의 총점은 100점 만점에 50점에도 미달했다. 특히 울산·전남·경북 사업은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가 다른 사업들의 평균에도 못 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울산외곽순환고속도로 건설 사업(사업비 1조원)’은 종합점수(AHP)가 0.310에 불과했다.
100점으로 환산하면 31점이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는 0.2350%로 2008~2010년 135개 예타 대상사업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 평균(0.3431%)에도 못 미쳤다.
KDI는 “토사유출, 비산먼지 발생, 가동장비의 소음·진동 등에 의한 주변지역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남의 서남해안 관광도로 건설 사업인 ‘국도77호선(압해~화원) 건설사업(사업비 1조원)’의 종합점수는 1점 만점에 0.354였다.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지수는 0.3164%로 2008~2010년까지 135개 예타 사업의 평균값인 0.3431%보다 낮았다.
경북의 동해선 단선 전철화 사업인 ‘포항~동해 전철화 사업(사업비 4000억원)’도 종합점수가 1점 만점에 0.468에 그쳤다. 지역경제 활성효과 지수는 0.1544%로 2008~2012년 철도사업 평균(0.6754%)보다 크게 낮았다. KDI는 “2020년 3월 포항~동해 구간 전체의 단선 비전철이 개통된 이후에 승객 추이를 살펴본 후 전철화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하고 지적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호 공약으로 내걸어 이번 예타면제 대상에 들어간 ‘남부내륙선 철도건설사업’도 낙제점을 받았던 사업이다. 종합점수가 1점 만점에 0.429에 불과했다. KDI가 검토한 모든 시나리오·대안(총 8개)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사업은 이번에 예타가 면제된 사업 중 사업비 규모(4조7000억원)가 가장 크다.
KDI는 “장대터널과 해상을 교량으로 통과하는 구간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사업추진 시 예상되는 환경문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주시내 및 일부구간에서는 학교, 주거지, 축사 등을 근접해서 노선계획이 수립돼 있다”며 “소음·진동 등으로 인한 영향에 대한 검토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사업성 검토조차 없이 추진하는 사업도 많다는 점이다. 새만금국제공항(전북), 상용차산업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생태계구축사업(전북), 인공지능 중심 산업융합 집적단지 조성(광주), 영종~신도 평화도로(경기), 도봉산 포천선(경기), 제2경춘국도(강원),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제주)은 기본적인 검토보고서조차 없이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이들 사업의 실효성과 관련한 최소한의 분석자료조차 없이 국책사업에 포함했다. 이들 사업의 총사업비만 4조7000억원에 달한다.
경제성 점수를 낮추고 지역균형발전 점수를 높이는 방식으로 예타제도를 먼저 개편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예타 제도부터 개편한 뒤 지역 숙원사업을 추진했다면 절차상 논란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예타제도를 개편했어도 혈세낭비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예타의 핵심은 경제성 평가”라며 “예타 제도를 개편했더라도 이번에 면제된 사업들이 예타를 통과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에 예타를 면제한 사업은 부실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이번에 면제된 사업들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국고지원 규모가 논의된다. 사업은 최장 2029년까지 연차적으로 추진된다.
신영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은 “문재인정부가 자신들이 과거 토건적폐로 비판했던 이명박정부의 예타 면제를 따라 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에서 봤듯이 예타를 무력화하면 혈세 낭비를 부르고 미래세대 부담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