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부재..트럼프, 결국 '국가비상사태' 카드 꺼내나

by이준기 기자
2019.01.10 04:15:53

"셧다운 불사..합의 불발 땐 비상사태로 갈 수밖에" 돌파
비상사태 선포 땐 美 정치권 파국..'탄핵론' 부상할 수도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멕시코 장벽건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론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전날(8일) 취임 후 첫 ‘대국민 TV담화’에 이어 9일(현지시간)에도 장벽 건설의 정당성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내일(10일)엔 남쪽 국경을 직접 방문하는 초강수를 둘 예정이다. 이날 백악관에서 연방정부의 일시적 부분폐쇄, 이른바 ‘셧다운’ 사태 해소를 위한 의회 지도부와 ‘3번째 담판 회동’을 갖기로 했지만, 그간의 ‘강(强) 대 강(强)’ 대치 상황에 비춰봤을 때 또다시 ‘빈손’으로 헤어질 공산이 크다. 양측 모두 ‘출구전략’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종국엔 ‘국가비상사태’ 카드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미 정치권이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매우 잘하고 있다”며 “작년 12월 기록을 세운 일자리 숫자는 엄청나다. 군을 재건하고 있고 경제와 GDP(국내총생산)도 강하다. 세금·규제도 역사적으로 줄었다. 무역 합의도 대단하다”고 자신의 실적들을 차례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우리의 남쪽 국경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장벽건설을 거듭 촉구했다. 그간 자신이 밀어붙였던 사안들이 모두 긍정적 효과를 낸 만큼, 장벽연설 역시 그 전철을 밟아야 한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반(反) 인신매매 법안에 서명한 자리에서도 기자들에게 “우린 (민주당과의)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고 ‘합의’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만약 (합의가) 불발된다면 그 길(국가비상사태 선포)로 갈 수밖에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더 나아가 “내겐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할 절대적인 권한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목적(장벽 건설)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정부 문을 계속 닫을 수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장벽건설에 ‘올인’하는 건 결국 국가비상사태를 염두에 둔 행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과의 협상 결렬 때를 대비한 수순 밟기라는 의미다. 이와 관련,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 변호인들이 지난 3일부터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적법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도 “대통령 주변에선 국가비상사태가 자칫 대통령 권한 남용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최종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친(親) 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한 최고의 해법은 의회에서 장벽예산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면서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여전히 테이블 위에 있는 게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면, 장벽건설 예산이 빠진 이른바 민주당표 예산안과 관계없이 국방부 예산과 병력을 동원해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19일째로 접어든 셧다운 사태도 자연스레 해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장벽건설 공약을 지키며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고, ‘하원’을 잃은 공화당으로서도 민주당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연방정부를 다시 운영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미 정치권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미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위헌’으로 규정한 민주당은 장벽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고소 진행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임박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관련 최종 수사 보고서 발표와 맞물리면서 ‘탄핵론’이 다시 불거질 공산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