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몰라의 IT이야기]아이맥 프로에 대한 오해와 진실②

by이재운 기자
2018.03.10 00:35:31

'워크스테이션의 가치' 살펴보기

[IT벤치마크팀 닥터몰라] ▶1편에서 이어서

이처럼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를 설계하면서 얻은 하드웨어 칩 설계 경험을 맥 컴퓨터로 옮겨오고 있다. 맥이 인텔 아키텍처로 전환한 뒤, 맥이 일반 PC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macOS와 애플이 만들어내는 하드웨어의 완성도 정도였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T1, T2칩은 애플이 맥을 일반 PC와 차별화시키는 새로운 방법 중 하나이다.

T1, T2 칩은 보안 공간을 마련하여 터치 ID와 미래에 맥에 통합될지 모르는 페이스 ID와 같은 기능들을 지원할 수 있으며, 여러 컨트롤러들을 통합하여 마더보드 설계에 좀 더 높은 자유도를 부여할 수 있고, 무엇보다 자체적인 연산성능을 이용해 메인 프로세서의 부담을 덜어주면서도 사용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ARM 프로세서를 탑재한 맥에 대한 루머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어떻게 보면 애플은 이미 자신들의 칩 설계 능력을 맥에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맥 프로 역시 T2 칩을 이용해 프로 사용자들에게 더 높은 보안 수준을 성능 저하 없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애플 제공
아이맥 프로가 기존의 맥 프로를 포함한 일반적인 워크스테이션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점을 꼽으라면 디스플레이와 일체형인 디자인을 가졌다는 점이다. 아이맥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최신 5K 아이맥의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같은 디스플레이로 여러 면에서 최고 수준의 디스플레이임이 입증되어 있다. 기본적인 해상도가 5120×2880으로 매우 높으며, 덕분에 218ppi의 픽셀 밀도를 달성했고, 이는 일반적으로 27인치 모니터를 사용하는 정도의 시청 거리에서 개별 픽셀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밀도이다.

거기에 4K를 넘는 5K의 해상도는 4K 고해상도 영상이나 고해상도 사진을 편집할 때 충분한 이점으로 작용하며, 고해상도 모바일 기기(아이패드 등)를 대상으로 하는 앱을 개발하는 경우에도 큰 이점이 된다.

아이맥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해상도만을 높인 것이 아니라 디스플레이가 갖춰야 될 여러 덕목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먼저 아이맥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sRGB 색영역보다 더 넓은 P3 색영역을 지원한다(P3 색영역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링크에서). 아이맥 프로의 P3 색영역 지원은 단순히 광색역 컨텐츠를 소모하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P3 색영역을 지원하는 컨텐츠들을 생산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의미가 더 크다.

광색역 컨텐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광색역을 정확하게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고, 아이맥 프로는 이런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킨다. 또, 아이맥 프로의 디스플레이는 공간적, 시간적 디더링을 이용한 10비트 컬러 채널을 지원해 최대 10억가지의 색상 조합을 표현할 수 있어 밴딩 현상 없는 화면을 보여준다.

아이맥 프로는 별도로 판매되는 전문가용 디스플레이에 견줘서도 손색없는 수준의 강력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있다. 실제로 이런 디스플레이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보다는 컨텐츠 생산자에게 더 큰 가치를 발휘하며, 아이맥 프로에 이런 디스플레이가 탑재되는 것은 이런 컨텐츠 생산자들에게 있어서는 큰 축복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이맥 프로가 노리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의 사용자들 중에는 이런 고성능의 디스플레이가 필요하지 않은 사용자 역시 존재한다. 물론 고품질의 디스플레이는 이런 사용자들에게도 일반 소비자에게 고품질의 디스플레이가 가져다주는 정도의 이익은 가져다 줄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시너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일체형 디자인은 디스플레이나 컴퓨터 부분을 따로 교체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 역시 아이맥 프로의 단점으로 꼽을 수 있다.

아이맥 프로는 워크스테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개념의 확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용자는 스스로는 가장 간단한 업그레이드인 보조 저장장치(HDD 혹은 SSD) 추가나 메인 메모리 추가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메인 메모리의 경우 공인된 애플 서비스센터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추가할 수 있다.

당연히 CPU나 그래픽 유닛과 같은 핵심 컴퓨팅 부품들을 바꿀 수 없음은 당연하다. 사실 이는 맥 프로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맥 프로만을 위해 설계된 독특한 모양의 그래픽 유닛은 원천적으로 교체가 불가능했으며, CPU의 경우 교체는 가능하지만 애플의 보증 범위는 아니다. 워크스테이션을 구매하는 주 이유 중 하나가 유지보수를 간편하게 하기 위해서인데 프로 사용자가 맥 프로나 아이맥 프로를 구매하고서 보증 범위를 넘어가는 업그레이드를 실시할 이유는 없다.

이런 전통적인 개념의 확장성에서 아이맥 프로는 메인 메모리는 쉽게 교체할 수 있었던 아이맥 프로 5K 레티나 디스플레이나 이전 연탄통 맥 프로에 비해서도 더 떨어진다.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언급한 디스플레이와 컴퓨터가 일체형이 되었다는 것은 어떤 사용자들에게는 확장성이 더 제한당했다고 느끼게 될 여지가 충분하다.

애플 제공
하지만 외부 장치를 연결하는 확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아이맥 프로는 맥 프로와 함께 현존하는 맥 컴퓨터 중에서 가장 강력한 확장성을 가지고 있다. 아이맥 프로는 4개의 썬더볼트 3 포트를 갖추고 있다. 썬더볼트 3부터는 기존의 mini-DP 형태의 포트에서 USB-C와 포트를 공유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즉, 썬더볼트 3 포트 4개는 공히 USB-C 포트로 전용될 수도 있다.

썬더볼트 3는 최대 40Gb/s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으며, 아이맥 프로의 그래픽 유닛과 썬더볼트 3의 조합은 최대 2대의 5K 디스플레이를 10비트 컬러 채널로 지원한다. 아이맥 프로의 경우 이미 내장 디스플레이를 5K, 10비트 컬러 채널로 지원하고 있기 때문에 이는 아이맥 프로의 컴퓨팅 시스템이 최대 3대의 5K 디스플레이를 10비트 컬러 채널로 지원함을 뜻한다. 이는 기존 맥 프로와 동일한 수준의 성능이며, 최신 아이맥 5K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내장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최대 2대의 5K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것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거기에 아이맥 프로에는 10 기가비트 이더넷이 포함되었는데, 10 기가비트 이더넷 역시 인터넷 망이 이 정도의 속도로 제공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에게는 거의 가치가 없지만 내부망을 10 기가비트 이더넷으로 구축하고 이더넷을 통해 확장 스토리지, 컴퓨터간 연결을 수행하는 기업체나 프로덕션, 연구소 등에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이다. 그 외에도 기존 맥 프로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SDXC 슬롯등이 존재한다.

정리하자면 아이맥 프로에는 프로용 장비에 기대되는 전통적인 확장성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컴퓨터가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를 통한 외부 확장에는 상당히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이는 앞으로 애플의 프로용 컴퓨터가 어떤 방향으로 가게 될지를 보여준다.

2013년 발표된 맥 프로의 경우 단일한 모델로 애플의 프로용 데스크톱 시장을 담당했고, 전통적인 개념의 확장성이 낮다는 것은 맥 프로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컴퓨터를 모두가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작고, 새로운 디자인을 가진 완성형 컴퓨터를 선호하는 프로 사용자는 분명히 존재했고, 애플이 이들을 위해 선보인 제품이 아이맥 프로라고 볼 수 있겠다.

나머지 프로 사용자들을 위해 애플은 모듈형으로 새로 설계한 맥 프로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개념의 확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용자들은 아이맥 프로보다는 애플이 미래에 내놓을 맥 프로를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애플 제공
지금까지 아이맥 프로의 제품 사양을 분석하고 따져봤다. 하지만 실제로 아이맥 프로를 구매할 사용자들이 궁금한 것은 이 제품이 실제로 자신이 사용할 분야에서 얼마나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이다. 애플은 이런 사용자들에게 가이드가 될 수 있는(혹은 아이맥 프로가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시나리오들로 광고를 하려고) 정보를 이미 몇 가지 공개했다.

애플은 홈페이지에서 아이맥 프로가 풀 옵션 아이맥 5K 레티나 디스플레이 모델과, 풀 옵션 2013 맥 프로와 비교했을 때 3D 성능, 개발 프로젝트 빌드, 렌더링, 포토샵, 음악 편집, 영상 편집 등의 여러 프로 작업에서 풀 옵션 아이맥 5K 레티나 디스플레이 모델보다 1.8배에서 최대 12.4배 더 빠른 성능을 보인다고 보고했다. 이런 애플의 성능 테스트는 분명히 잘 설계된 벤치마크이며, 가치 있는 정보이지만 제조사에서 알리는 성능 테스트이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그다지 유리하지 않은 내용까지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여러 프로 작업에서 코어 개수가 많은 제온 프로세서와 강력한 연산 성능을 가진 라데온 프로 베가가 어떤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아이맥 프로는 2013년 맥 프로 이후 4년만에 업데이트된 애플의 프로용 데스크탑이다. 아이맥 프로는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최상급 프로용 데스크톱에 요구하는 내용들을 충족하기도,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아이맥 프로의 종합적인 컴퓨팅 성능은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대 18코어에 라데온 프로 베가 64의 조합은 순수 연산성능으로 따져도 엄청난 수준이며, 여기에 더해 매우 빠르고 큰 용량을 가진 SSD와 이를 지원하는 T2 칩은 다른 워크스테이션과 아이맥 프로를 차별화시키는 점 중 하나다.

거기에 더해 업계 최고 수준의 5K 디스플레이와 훌륭한 수준의 내장 스피커, 하드웨어 만듦새 등은 이런 강력한 컴퓨터를 끝까지 장식해주는 주변기기라 할 수 있다. 분명히 성능적인 면에서 아이맥 프로는 대부분의 프로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플이 제공하는 옵션 외에 다른 선택권을 갖고 싶거나, 이후 자유롭게 컴퓨터 내부 부품을 교체하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아이맥 프로는 최악의 선택이 될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아이맥 프로에 탑재된 AMD 그래픽 유닛은 쿠다(CUDA) API를 지원하지 않고, 덕분에 CUDA를 통해 작업을 하는 사용자들에게 아이맥 프로의 AMD 그래픽 유닛은 단순히 화면을 그리는 프로세서일 뿐이다. 물론 로컬 컴퓨터보다는 중앙화된 GPU 서버 등을 이용해 계산 집약적인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럴 경우 굳이 아이맥 프로를 선택할 이유는 없다.

다행히 애플은 인터뷰를 통해 모듈형 맥 프로가 현재 개발중임을 밝혔다. 즉, 자신이 위에서 언급한 사용자 유형에 해당한다면(그리고 맥 컴퓨터가 필요하다면), 앞으로 출시될 애플의 맥 프로를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어쨌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아이맥 프로가 제공하는 모든 핵심적인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프로 사용자들에게 아이맥 프로의 가격은 전혀 비싼 것이 아니라는 점이며, 이들에게 아이맥 프로는 매우 훌륭한 올인원 솔루션으로서의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