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코리아의 조건]이미 선진국 문턱 들어선 한국경제

by경계영 기자
2016.10.04 05:00:20

경제규모 세계 11위 수준…상위권 경제지표
해외서도 선진국 반열로 판단
문제는 3만달러 달성 "구조개혁으로 잠재성장률 높여야"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우리나라는 선진국입니까?”

이 질문에 자신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국민이 몇이나 있을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모호한 경계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상당수일 것이다.

이유는 여럿이다. 시민의식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지표는 둘째 치더라도 경제 상황만 봐도 애매한 상황이다. 당장 우리 금융시장은 ‘현금인출기’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때면 불안해진 외국인이 예고없이 자금을 빼가던 게 우리 금융시장의 역사다. 원화는 달러화 엔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와 비교하면 여전히 위험자산이다.

그래도 우리 경제는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큼 충분히 성장한 것이 사실이다. 거시경제 지표상으로도 우리나라는 이미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대표적이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기준 GDP는 1조3770억달러로 세계 11위였다. 전세계 국가 중 우리 경제규모가 11번째로 크다는 의미다.

1인당 GDP를 따져도 손에 꼽히는 수준이다. 1인당 GDP는 2만7195달러로 세계 30위이지만 인구 수까지 고려해본다면 순위는 높아진다. 인구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 규모가 크면서도 각 국민에게 돌아가는 몫까지 많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카타르(7만6576달러) 아랍에미리트(3만6060달러) 같은 중동 국가들의 1인당 GDP가 우리보다 훨씬 높지만 선진국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이들 국가는 인구 수가 1000만명이 채 안 된다.

인구 5000만명 이상인 26개국 가운데 우리보다 1인당 GDP가 많은 국가를 꼽아보면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6개국 정도다. 우리나라는 누가 봐도 선진국인 전통의 경제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채 7위에 올라있다.



특히 이들 국가는 모두 제국주의 시대 식민지를 두고 발전해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오히려 식민 지배를 받은 데다 광복 직후 6·25 한국전쟁까지 겪었다. 그야말로 폐허가 된 상태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결과인 것이다. 인구 2000만명 이상으로 범위를 넓혀도 캐나다와 호주만이 우리에 앞설 뿐이다.

해외는 우리나라를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국가’로 보고 있다. 정책당국 한 고위관계자는 “국제회의에 가면 한국은 기준금리가 아직 플러스(+)고 재정도 상대적으로 안정돼 정책 여력이 있는 것은 물론, 경제성장률이 2%대이지만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위에서 세 번째로 높은 ‘AA’에 올린 것도 이런 시각과 무관치 않다. 영국 프랑스 벨기에와 같은 신용등급으로 볼 만큼 우리 경제가 성장했다는 뜻이다.

특히 경제구조 면에서도 우리나라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카타르 등 중동 국가들은 1인당 GDP가 높음에도 나라 경제가 원유 생산에 따라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이에 1인당 GDP, 산업화, 금융시스템 등을 고려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를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정책당국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등 산업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진단했다.

관건은 앞으로다. 당장 1인당 GDP가 3만달러로 넘어갈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다. 1인당 GDP 2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을 가리키는 ‘2050 클럽’의 국가들은 이미 1인당 GDP 3만달러를 달성했다. 하지만 우리만 아직 2만달러대에 머물러있다.

오히려 이런 저성장 국면이라면 현재의 경제위상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선진국 초입에 들어섰지만 더 노력하지 않는다면 뒤처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고령화 속도가 빠른 우리나라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시급히 구조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관료 출신의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있는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이외에 여러 부문도 구조개혁을 해 잠재성장률 수준 자체를 높이고 실제 경제성장률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