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끝내 비정규직 밥그릇 걷어찬 한노총

by논설 위원
2016.01.21 03:00:00

한국노총이 어렵게 이뤘던 ‘9·15 대타협’ 파기와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그제 “노사정 합의가 정부·여당에 의해 처참하게 짓밟혀 휴지조각이 되었고 완전 파기돼 무효가 됐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국민들에게 ‘역사적인 대타협’이라고 자랑했던 노사정 합의는 불과 4개월여 만에 결실을 거두지 못한 채 파탄이 나고 말았다.

노사정 합의가 파탄났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 작업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는 의미다. 최대 피해자는 청년, 비정규직, 장년층 등 고용시장의 약자다.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논의조차 거부한 한국노총의 태도는 개혁에 따른 고통을 외면하는 처사다. 제 밥그릇 챙기겠다고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아픔을 걷어찬 무책임한 행태다.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정부의 2대 지침을 파기 명분으로 내세운 자체가 그렇다. 정부 지침은 기존 법과 판례를 정리한 수준으로 ‘쉬운 해고’와는 무관하다. 게다가 지침과 관련해 정부가 20차례나 대화를 제안했지만 모두 거부되고 말았다. 정년 연장 등 자신들이 얻을 것은 다 얻고 기득권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것은 억지다. 애초부터 협상에 뜻이 없었던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 경제는 지금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국제유가 하락,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 악재가 첩첩이다. 올해 첫 10일간 수출액이 85억 2400만 달러로 작년 동기에 비해 22.5% 급감했다. 조선·철강·반도체·자동차 등의 업계 형편도 좋지 않다. 고용 시장도 얼어붙었다. 이런 마당에 제 입장만 따지려는 한국노총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년 60세 법제화에 따른 청년들의 고용절벽과 비정규직 차별 등을 해소하지 않고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기업경쟁력 강화와 경기회복이라는 목표도 멀어질 게 뻔하다. 언제까지 노동계 입장만 다독이며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끝까지 거부한다면 노사정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가 개혁을 밀어붙이는 수밖에 없다. 노동계와 야당을 설득하되 흔들리지 말고 노동개혁을 완수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