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수제맥주 병으로 나온다

by함정선 기자
2015.03.26 03:00:00

법 바뀌며 소규모 업체도 수제맥주 유통 가능
중소업체 병·캔 제품 출시..편의점·마트서 판매
식품회사도 수제맥주 관심.."맥주시장 다양화 전망"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한 기자의 발언에 충격에 빠졌던 국내 맥주 시장이 달라질 전망이다. 이태원이나 강남의 고급 펍이 아닌 집에서도 병이나 캔으로 된 고급 수제맥주를 마시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장앤크래프트가 4월 출시하는 병으로 된 수제맥주 ‘과르네리’
지난 2월 주세법이 개정되며 소규모 업체들이 잇따라 수제 맥주 유통에 나설 채비를 갖췄다. 규제가 완화되며 소규모 맥주 제조업자들도 제품을 외부로 유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 중심의 국산맥주와 유명 브랜드의 수입맥주가 양분한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장앤크래프트는 다음 달 수제맥주 ‘과르네리’를 선보인다. 병으로 된 수제맥주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과르네리는 6종류의 제품으로 편의점 CU와 홈플러스를 통해 서울과 경기 주요 지역에 공급될 예정이다.

장앤크래프트는 원래 수제 맥주 전문점을 운영하던 곳이었다. 하지만 수제 맥주 유통이 허용되면서 올 초 전라북도 순창에 연 500만병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었다. 현재 국세청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장앤크래프트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수제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충분한 물량”이라고 말했다.

수제맥주지만 가격도 소매가 기준 약 3200원으로 해외 맥주 대비 저렴하다. 수제 맥주의 맛과 품질을 살리기 위해 제품을 냉장 유통할 전략이다.

지난해 캔으로 된 수제 맥주를 출시한 세븐브로이맥주도 조만간 병으로 된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캔 수제맥주인 ‘세븐브로이IPA’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세븐브로이맥주는 캔 제품에 대한 호응이 좋자 병 맥주 추가 생산을 계획했다.



대기업들도 수제 맥주 유통에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진주햄은 수제 맥주 업체를 인수하며 수제 맥주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현재 생맥주를 중심으로 수제 맥주를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누구나 손쉽게 마실 수 있도록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수제 맥주 매장인 ‘데블스 도어’를 오픈한 신세계 그룹이 수제 맥주 유통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신세계 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는 수제 맥주 시장이 커질 경우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보고 있다.

미국 맥주 종류별 시장점유율 추이(예상)
실제로 수제 맥주가 마트와 편의점 등에 유통되는 것을 시작으로 시장 규모가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제 맥주 시장은 주로 전문점이나 펍 등을 중심으로 20억원 규모에 불과하지만, 2018년에는 100억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수제 맥주 붐이 일고 있는 미국의 경우 2000년 초반까지 전체 맥주 시장의 3%에 불과했던 수제 맥주 점유율이 지난해 11%로 커졌다. 2022년에는 22%까지 비중이 확대될 전망이다.

수제 맥주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이태원, 홍대 등 번화가 펍 등에서 마셨던 수제 맥주를 집에서 마실 수 있다는 것이 큰 변화”라며 “최근 맥주에 대한 맛과 품질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어 수제 맥주 출시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