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보릿고개' 車업계, 수출길 새로 다진다
by김형욱 기자
2014.11.15 06:00:00
현대·기아차 국외공장 확대.. 쌍용차 X100 등 신차에 기대
한국GM·르노삼성 모회사 국제 생산·판매망으로 활로 모색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자동차 회사들이 ‘환율 보릿고개’를 맞아 저마다 수출길을 새로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회사의 경쟁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에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올 1~9월 회사별 완성차 수출 실적은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가 2.0%, 13.2% 늘어난 것을 빼면 한국GM(-23.7%), 쌍용차(003620)(-0.8%), 르노삼성(-1.9%), 대우버스(-58.3%), 타타대우(-18.9%) 모두 곤두박질쳤다.
현대·기아차는 판매 증가에도 올 3분기 영업익이 각각 18.0%, 18.6% 줄어드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 기간 달러·원 사업 기준환율은 지난해 1106.4원에서 1042.5원으로 낮아졌다. 더욱이 이런 ‘원고엔저’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일본·미국·유럽의 경쟁 자동차 회사는 지난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를 완전히 벗고 세계 전역에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산차의 수출 텃밭인 신흥국도 미국 출구전략 여파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공장 확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기아차는 당장 올 중반기 가동을 시작한 중국 3공장을 내년부터 100% 풀가동한다. 이곳에선 연 30만대의 K3·K4(중국 전략 준중형 세단)를 생산한다.
기아차는 또 최근 확정한 기아차 멕시코 신공장(연 30만대) 건설에도 속도를 냄으로써 오는 2016년 연 10만대, 2018년엔 30만대를 생산키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올 3월 안병모 미국법인 대표를 부회장으로 승격했다.
현대차는 중국 신공장 건설에 ‘올인’한다. 현대차는 당초 연내 충칭에 4공장(연 30만대)을 짓고 2016년 가동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신공장 부지로 허베이성을 추천한 중국 정부와의 이견으로 난항을 빚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부임한 최성기 중국총괄 사장을 중심으로 빠른 해결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칭과 허베이에 4·5공장을 동시에 짓는 특단의 대책도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미 (충칭) 신공장 부지는 다 다져놓고 허가만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늦어도 내년 초 착공해 2016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3월 기아차 중국 3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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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과 르노삼성은 전 세계에 있는 모회사의 생산·판매 네트워크를 총동원한다는 계획이다.
한국GM은 모회사인 GM이 주 수출무대인 유럽에서 쉐보레 브랜드를 철수키로 함에 따라 올 한해만 연 15만대의 수출 물량이 줄었다. 이중 4만대는 쉐보레 트랙스의 미국 수출로, 1만대는 우즈베키스탄 반제품 완성차(SKD) 수출로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SKD란 완성차에 대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완성차를 분해 후 수출해 현지에서 다시 조립하는 것이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이번주 SKD 현지 수출 계약에 서명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출국한다. 한국GM 관계자는 “호샤 사장은 물론 한국GM 노조까지 나서 미국 GM 본사에 수출 확대 필요성을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부터 북미수출용 닛산 로그를 위탁 생산하고 있다. 내년에는 부산 공장 생산량이 2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르노삼성은 2010년 27만5000여대를 생산·판매하며 전성기를 맞았으나 국내외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2013년 13만대 수준까지 급감했다. 하지만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시작되면서 한숨 돌리게 됐다.
여기에 프랑수아 프로보 사장이 직접 나서 미쓰비시의 북미수출용 중형 세단 위탁 생산 계획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의 모회사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11월 미쓰비시와 손잡고 북미용 중형 세단을 공동 개발하고 이를 부산 공장에서 생산키로 했다. 시기와 규모는 미정이지만 연간 약 6만~7만대 규모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내년 소형 SUV X100을 시작으로 매년 중·대형 SUV 신모델을 출시함으로써 판로 확대에 나선다.
쌍용차는 올 한해 주력 수출지역이던 러시아 시장이 침체하면서 어려움을 겪었으나 중국, 유럽 등 신시장 개척을 위한 토대를 다졌다. 내년에는 신모델을 출시하고 수출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