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영수 기자
2014.05.07 0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오비이락(烏飛梨落,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세월호 대출 취급과 관련해 특검을 받고 있는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이 속담과 흡사한 모양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당시 세월호의 노후화 정도나 청해진해운의 재무상태를 보았을 때 대출 취급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산은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세월호 대출 취급에 대한 의혹은 금융당국의 검사를 통해 시시비비가 가려지겠지만 이에 앞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은 산은의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산은의 특혜 논란은 이번 세월호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말에는 금호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호산업 부실에 책임이 큰 박삼구 회장을 등기이사로 선임해 경영에 복귀시키는 것이 적절한 지를 놓고 특혜 논란이 일었다. 금호생명(현 KDB생명)과 대우건설에 대한 고가 인수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해마다 특정 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을 지적받고 있다. STX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특정 산업·대기업군에 대한 특혜 시비 등 정책금융의 과도한 쏠림 문제도 제기됐다.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특혜 논란에 대해 산은은 매번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왔다. 이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상업은행이 하지 않거나, 못하는 구조조정 업무를 하고 있다는 대의명분 정도로 해석된다. 뒤짚어 말하면 설립목적상 일반 상업은행과 달리 부여받은 특혜가 많다는 것을 산은 스스로 방증하는 셈이다.
결국 정부로부터 보증받은 독점적 특혜는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퇴직임원 재취업(임원 또는 사외이사), 특정 산업·기업군에 대한 여신 쏠림 현상 등의 부작용으로 표면화됐다.
세월호에 대한 특혜 논란 역시 당시 연안선사에 대한 과도한 쏠림으로 해석된다. 실제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이 회사의 대주주인 ㈜천해지 등에 대한 여신잔액은 산은이 569억원(2013년말 기준)으로, 다른 은행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쯤되면 산은 스스로 특혜 논란을 자초하지 않았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산은이 설립 목적에 맞게 ‘정책금융의 맏형 역할’을 하면서도 특혜 논란을 피해가는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