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성공사례⑨] 한국판 '트라팔가' 꿈꾼다…맛조이코리아
by강경록 기자
2014.04.08 06:00:00
지난해 창조관광공모전서 A그룹 입선 수상, 사업화자금 3370만원 등 지원 받아
현지인 삶 체험하는 '촌스테이' 개발, 토박이 가이드가 지역 구석구석까지 소개
여행객이 원하는 지역·테마 맞춰 여행서비스 제공
6개월만에 가족단위 고객 50팀, 200여명 상품 이용해
| 경남 하동의 맛조이 지리산청량원 김균희 대표와 공동대표인 윤다희씨. 전통장류를 직접 담그고 판매하며,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시골밥상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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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이 열린 지난 3년간의 성과는 눈부시다. 총 1331개팀이 출품해 그중 80개팀의 아이디어가 선정됐다. 이들 중 사업화에 성공한 업체는 52개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도 1004팀의 사업아이디어가 출품돼 88개팀이 수상하는 등 나날이 공모전에 대한 관심과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소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강병호 맛조이코리아 대표. 불과 서른의 나이로 농어촌의 정과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사업을 나날이 확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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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촌스러움’이 관광상품으로
이번에 소개할 업체는 한국판 ‘트라팔가’를 꿈꾸는 맛조이코리아(대표 강병호)다. 여행객이 원하는 지역과 테마에 맞춰 맞춤형 여행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이들의 핵심서비스는 ‘맛조이’. 맛조이란 마중하고 영접하는 사람을 뜻하는 순우리말. 맛조이코리아는 시골 현지인을 맛조이로 선정, 이들이 직접 가이드가 돼 여행객에게 지역민의 삶과 문화를 그대로 느끼게 해주고, 지역 특색의 제철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여행상품을 개발했다.
서비스 내용은 영국 여행사인 트라팔가와 비슷한 점이 많다. 국내에도 진출해 있는 트라팔가는 글로벌 여행사로 설립된 지 67년이라는 긴 역사를 가졌다. 전 세계에서 모인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가 40인승 버스로 함께 여행하는 상품을 판매한다. 이곳 상품을 이용하면 현지 가정이나 농장을 방문해 식사하고, 주민과 대화를 나누며, 숨겨진 명소를 방문하고, 전문가로부터 요리나 공예를 배우는 등 일반 여행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폭넓은 전문지식과 서비스정신을 가진 전문 여행디렉터가 동행해 여행객들을 안내한다.
맛조이 프로그램이 트라팔가와 다른 점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 모든 여행서비스는 10인 이하로 기획했다. 이는 현지인(맛조이)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여행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점은 가족 같은 분위기다. 맛조이(현지인)는 고객을 가까운 식구처럼 대하고, 시골의 향기가 듬뿍 담긴 현지 가정식을 제공하며, 이부자리를 내어주고 1박2일 동안 함께 생활한다.
강병호 맛조이코리아 대표는 “우리 회사의 여행콘셉트는 시골에 있는 외가처럼 시골의 ‘정’을 나누는 것”이라며 “현지인이 외손주를 반기듯 제철 음식을 내주고, 함께 집에서 머물며 생생한 농어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맞춤여행을 계획해 준다”고 소개했다. 맛조이코리아를 선정한 한국관광공사의 강규상 관광벤처팀장은 “시끌벅적한 도심을 벗어나 정겨운 시골 속 정취를 만끽하고 싶은 여행객을 위한 서비스”라며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관광의 한계를 넘어 개개인과 연결되는 새로운 관광 아이템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수상이유를 설명했다.
| 경남 하동에서 금향다원을 운영하는 맛조이 김미희 대표의 제철 시골밥상. 김 대표는 맛조이코리아 농촌체험 프로그램으로 찾은 여행객들을 위해 제철 식재료로 밥상을 차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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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관광의 진정한 매력 ‘맛·멋·정·쉼’
지난달 28일 맛조이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강병호(30·사진) 대표를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깔끔한 정장차림이었으나 아직은 앳된 모습의 청년인 강 대표에게 “젊은 나이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묻자 “그냥 여행이 좋아서요”라며 수줍게 대답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업이야기가 시작되자 수줍은 청년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강 대표는 진로에 대한 고민이 한창이던 대학시절, 그 답을 찾아 휴학을 하고 한동안 국내·외로 여행을 다녔다. 그러던 중 2011년 호주에서 우연히 방문한 와이너리 투어와 팜스테이를 체험하며 농어촌관광에 대한 관심을 키우게 됐다. 복학 후 지역관광전문가인 오순환 용인대 교수를 찾아 연구보조원으로 근무하며 학업과 일을 병행했다.
강 대표는 “‘관광은 현장에서 배워야 한다’는 교수님의 철학에 따라 졸업 전까지 국내 농어촌마을, 관광지, 축제장은 물론 해외 농어촌 마을인 필리핀 바타드, 일본 아키타·아오모리 등에 동행하면서 농어촌관광을 배웠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 농어촌관광의 발전사와 문제점, 개선방안을 모색하던 중 농어촌 현지 개인 사업체 중심의 ‘맛조이 여행’에 대한 사업을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농어촌관광사업이 하드웨어 중심으로 계획됐던 데 비해 이제는 운영주체의 역량을 고려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특히 농어촌관광이 단체 체험프로그램 중심으로 이뤄져 본래 농촌의 맛·멋·정·쉼을 전달하는 데 한계를 드러냈고, 현지 주민의 생산물 판매와 직결되지 않아 마을사업 참여 동기를 자극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했으나 사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창업 초기 지역주민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강 대표는 “직접 현지인들의 삶을 체험하고 소통하며 신뢰를 얻게 됐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공모전 당선 이후 오랜 꿈 이뤄
고생한 만큼 시장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8월 창업한 이후 현재까지 가족단위 고객 50팀, 200여명 이상이 맛조이코리아의 여행서비스를 이용했다. 고무적인 것은 지역민들의 반응이다. 강 대표는 “우리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민들이 타 지역민을 소개해줘 릴레이 형식으로 관광상품이 개발되고 있다”며 “우리의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역도 다양해졌다. 지금까진 지리산권·섬진강권·남해안권·제주도권을 중심으로 맛조이를 발굴하고 상품을 출시했다. 지난달 열린 ‘내나라여행박람회’에 참가한 후 강원도의 몇몇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맛조이 발굴 지원 제안도 받아 검토 중이다.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2015년 일본, 2016년 싱가포르와 대만 등 동남아 지역, 2017년에는 유럽 인바운드도 준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창조관광공모전 당선 후 받은 지원금(3370만원)으로 각 지역의 맛조이를 섭외해 여행상품으로 만들 수 있었다. 특히 지자체와 지역민들의 신뢰를 얻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업화 자금은 물론 담임 컨설턴트를 지정받아, 매월 정기검검과 컨설팅으로 사업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를 받았다. 포럼·박람회·창조관광뮤지엄 등의 홍보활동으로 사업홍보와 지자체 및 관련 업체 네트워크 기회 제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당부할 것이 있다면 앞으로는 브랜드와 상품을 알리기 위한 홍보에 좀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것이다.
강 대표는 “다양한 지역관광 아이템을 개발해 도시민들과 지역 현지인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며 “앞으로도 맛조이 투어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중한 인연이 맺어지는 따뜻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맛조이코리아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을 선택하고 여행신청서를 작성해 이용할 수 있다. 접수된 여행신청서에 따라 담당투어플래너가 일정과추가요청사항에맞는 여행계획을 세워 최종 투어플랜을 제공한다. 이로써 신청자는 각 지역의 맛조이와 연계되며, 쉽고 빠르게 원하는 여행코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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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호 맛조이코리아 대표. 불과 서른의 나이로 농어촌의 정과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곳들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창조관광공모전에서 수상하며 사업을 나날이 확장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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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조이코리아 강병호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 직원들. 왼쪽부터 이승현(25), 이현경(23), 성은주(28) 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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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에 위치한 맛조이 김미희 금향다원 대표의 집에 핀에 매화를 감상하고 있는 맛조이글로벌의 직원들. 맛조이코리아는 농촌체험을 위해 맛조이 김미희씨와 농촌 체험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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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에서 금향다원을 운영하고 있는 맛조이 김미희 대표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여행객들에게 녹차 바르게 마시는 법에 대해 설명과 함께 시음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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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조이코리아의 직원들이 경남 하동에서 금향다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미희 대표를 방문해 녹차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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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군 하동읍 흥룡리 먹점마을에서 선골매실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맛조이 여태주 대표의 집. 여 대표는 매실농원을 가업으로 이어받아 20여년 간 운영하고 있다. 민박을 운영하면서 집 마당에서 작은 음악회를 개최할 만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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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 적량면 동점마을의 유일한 민박인 맛조이 지리산청량원의 김균희, 윤다희 공동대표의 아침밥상. 전통장류를 직접 담그고 판매하며,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밥상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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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하동의 맛조이 김균희, 윤다희 씨의 지리산 건강밥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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