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4.02.14 07:00:00
우리나라 20∼30대 여성 10명 중 4명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설문조사에서 여성 응답자의 40.4%는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봤다. 이렇게 답한 사람들은 결혼.출산의 최대 장애요인으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출산 장애요인으로는 ‘출산·양육비 부담’ ‘경제·고용 불안’ ‘개인활동 지장’ ‘양육 부담’ ‘아이 돌봐줄 사람·시설 부족’ 등을 차례로 들었다.
젊은 여성들의 이처럼 소극적인 결혼관은 위태로운 우리나라 출산율과 맞물려 걱정스럽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은 1.18명에 머물렀다. 2012년 1.30명을 기록해 초저출산 국가(1.30명 이하)에서 벗어났나 싶었는데 다시 초저출산 국가가 됐다. 1.18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1.74명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치다. 각국 출산력 수준을 비교하는 데 활용되는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15~49세 가임기간 평균 자녀를 몇 명 낳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도 2011년 기준 1.24명에 불과하다. 이는 한 나라의 인구가 장기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인구 대체 수준 합계출산율’(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이대로 가면 노인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2026년으로 앞당겨진다.
낮은 출산율은 선진국들에 공통된 현상이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역사를 통틀어 그 선례가 없는, 가장 중요한 새로운 한 가지 확실성은 선진국들에서 주저앉고 있는 출산율”이라고 지적했다. 테레사 수녀는 출산을 기피하는 서양 여성들을 가리켜 ‘자녀와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했다.
경제 발전과 출산율이 반비례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뒤집을 획기적인 방안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출산율 높이기 노력을 꾸준히 펼쳐나가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정부가 ‘보육·교육비 지원’ ‘국공립 보육시설’ 을 늘리고 민간 보육시설을 개선하며 다자녀 가구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돈 문제와 관련 없는 것이 없지만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려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정책홍보를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