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美처럼 안될려면 韓, 복지잔치 멈춰라"

by이정훈 기자
2014.01.07 06:01:01

코틀리코프 보스턴대 교수 "후대에 떠넘기기는 무책임"
"테이퍼링 진행될수록 이머징에 부담..韓 충격 적을듯"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미국처럼 국가가 파산위기까지 내몰리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도 당장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복지와 조세체계를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로렌스 제이콥 코틀리코프(63) 보스턴대 교수가 조언했다.

미국내에서 손꼽히는 재정분야 권위자로 ‘세대간 충돌’과 ‘다가올 세대의 거대한 폭풍’ 등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코틀리코프 교수는 지난 3일(현지시간) 이데일리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의 재정여건은 미국에 비해 훨씬 양호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속도 차이만 있을 뿐 빠른 인구 노령화와 저출산, 소득 불균형 등은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 등 선진국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복지체계와 세금제도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이는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시작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도 늦은 것은 아니며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된다”며 “다만 현 시점에서 또다시 내일로 늦춰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코틀리코프 교수는 “차일피일하다간 미국처럼 더이상 재정 악화를 제어하기 힘든 상황까지 내몰릴 수 있다”며 “방만한 재정과 그에 따른 재정 부담을 후세에 미루는 것은 세대간 충돌을 야기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부담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 해법에 대해서는 “한국 복지와 조세체계에 대해 상세히 알지 못한다”고 전제한 뒤 “개인적으로 미국이 재정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보건복지 분야를 뜯어 고치고 세제에서도 소득세를 낮추는 대신 부가가치세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같은 해법이 한국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국민적인 공감대를 우선 형성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달부터 시작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규모 축소)과 관련해 “테이퍼링이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서서히 상승하면 미국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고 이로 인해 상대적인 고수익을 노리고 한국 등 이머징 마켓으로 향했던 미국 투자자금들이 회수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도 “테이퍼링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이런 충격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자금들 가운데 상당 수는 그 시장 내에 지속적으로 머물러 있는 경향이 있어 테이퍼링으로 인해 이머징마켓 내에서도 안전한 시장과 그렇지 않은 시장간에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한국은 상대적으로 자금이 유입되면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