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현정 기자
2013.05.08 06:00:00
저금리 시대 정기예금 자금이탈 가속화
정기예금 플러스 알파 수익 노린 투자상품 가입 봇물
[이데일리 이현정 기자] 은행 예·적금으로만 돈을 굴려 온 직장인 김모씨(44)는 1년짜리 정기예금 1억원이 만기가 돼 은행을 찾았다. 늘 그랬듯 정기예금으로 갈아타려 했지만 우대금리를 더해도 3%가 안되는 금리에 깜짝 놀랐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저축은행 예금금리도 모두 엇비슷한 수준이어서 이자소득세를 빼고, 물가를 고려하면 실질 금리는 제로나 마찬가지였다. 난감해하는 김씨에게 은행원은 정기예금은 포기하고 원금이 보장되면서 정기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미국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했다. 또 매달 이자가 나와 세금 부담을 피할 수 있다는 말에 월 지급식 주가연계증권(ELS)에도 가입했다. 김씨는 정기예금과 비슷한 수익률에 일시적으로 돈을 맡겼다 향후 펀드나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머니마켓펀드(MMF)에도 일부 자금을 넣어두기로 했다.
저금리가 지속되고 금융소득종합과제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상품 판매 지형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은행 고유상품인 예·적금으로 이자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연금보험·저축, 펀드, 방카슈랑스 등으로 절세나 소득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정기예금 잔액은 553조3000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3조1000억원 급감했다. 최대 예금은행인 KB국민은행의 정기예금은 3월 말 기준 111조2000억원으로 작년 말 114조7000억원보다 3조5000억원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7조원 가까이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의 정기예금도 6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저금리 기조로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중반대까지 추락하면서 투자 매력이 사라지자 자금이탈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대표적인 절세상품인 재형저축도 높은 관심을 받으며 출시 두 달여만에 은행창구에서만 161만3765좌 2831억8700만원이 몰렸다. 재형저축은 시중금리보다 약간 높은 수익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꾸준히 얻을 수 있도록 설계돼 저성장·저금리 시대 맞춤형 서민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았다. 5년만 부으면 연간 400만원의 소득공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신연금저축도 지난 2일부터 시중은행들이 판매를 시작하면서 문의가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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