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기부王' 등극..기부 문화 바꾼다
by김현아 기자
2011.08.29 05:00:00
개인 기부액 6500억원으로 1위.."가난한 인재들 학업 돕겠다"
연예인 기부 이어 재계 자산가로 확산 물꼬 터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50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086280) 주식을 그룹 사회공헌재단인 해비치 재단에 출연하면서 국내 '기부王'으로 등극했다.
1971년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가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면서 재산 전부를 공익재단에 기부한 이래, 개인 기부에서 사상 최대 규모다. 정 회장은 이번 5000억원을 포함 2007년이후 현재까지 총 6500억원 어치의 사재를 해비치 재단에 출연했다.
이종환 삼영그룹 창업주가 30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관정교육재단을 만들었고,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2000억원(현금 300억원, 주식 1700억원)을 '아산 나눔 복지재단'에 출연했으며, 이건희 삼성 회장이 2006년 본인 및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사장 등 가족 명의로 3500억원을 기부한 적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재계 자산가들의 기부는 연예인 기부보다 낯설었던 게 사실이다.
가수라기 보다는 '기부천사'로 유명한 김장훈씨는 전세집에 살면서도 1990년대 후반부터 10년동안 40억원 넘게 기부했다. 그의 기부는 일회성 이벤트나 절세 차원이 아니라 뉴욕타임즈에 독도 전면광고를 싣는 등 사회적인 문제 의식도 담고 있다.
해외 오지의 아이들을 입양해 키우는 차인표·신애라 부부나 어린나이 임에도 2003년부터 사회복지 공동모금회에 총 8억5천만원(2008년 기준)을 기부해 온 탤런트 문근영씨,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3억원을 쾌척한 한류스타 배용준씨 등 연예인들은 얼음장 같은 국내 기부 문화에 불을 지펴 왔다.
그런데 정몽구 회장이 개인재산 5000억원을 내놓으면서 "남은 일생동안 저소득층 자녀의 사회적 계층 이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교육기회를 주는 데 힘쓰겠다"고 밝힌 것이다.
| ▲ 유일한 유한양행 전 회장은 국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원조로서, 기업인으론 처음으로 2009년 조폐공사가 발행하는 메달인 `한국의 인물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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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재산의 99%를 기부한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와 85%를 기부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 지도층들의 기부가 확산될 수 있을 까.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삼성··SK·LG 등 주요 그룹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중심으로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을 만드는 것을 추진해 왔다.
정몽준 의원을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5000억 규모의 '아산 나눔 복지재단'을 만들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5000억원을 기부하면서 재계 차원의 재단 설립은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전경련 재단의 설립 유무와 관계없이 정몽구 회장의 '통큰 기부'는 우리나라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 4월 개인·기업·단체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기부문화 운동인 '스마트엔젤스코리아(공동의장 곽덕훈 EBS사장, 민병철 선플달기운동본부 이사장, 최규복 유한킴벌리 사장)'가 출범했지만 갈 길은 멀다.
재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체 로레알의 최대 주주 등 프랑스 기업인 16명은 국가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부자증세까지 요청하는 상황이나 우리나라는 기부도 활성화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몽구 회장의 기부는 국가경제를 이끌어온 경제계의 거두로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이며 다른 대기업 사주는 물론 국민의 기부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